71년째 고쳐지지 않고 있는 오류
6법이 있다. 헌법과 민법, 상법, 형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을 6법이라 한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법 중에서 가장 중요한 법들이다. 이 6법 중에서 헌법이 1948년에 제정되었으니 가장 오래되었고 그 다음 오래된 법이 형법이다. 민법(1958), 상법(1962)에 앞서 형법이 1952년에 제정, 공포되었다. 벌써 71년이 지났다.
형법은 제1편 총칙과 제2편 각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2편 각칙은 제87조부터 제372조까지 있는데 모두 어떠어떠한 죄를 저지른 사람은 어떤 처벌을 받는다는 식으로 되어 있다. 한결같다. 형법이란 법률 자체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법률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형법을 읽다 보면 의아한 느낌을 주는 조항이 있다. 제22조 제2항과 제274조가 그렇다.
제22조 제2항에서 '위난을 피하지 못할 책임이 있는 자'라고 했다. '위난을 피하지 못할 책임'이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바로 앞 제1항에서는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라고 했다. 제1항의 표현이 '위난을 피하기 위할 행위'가 아니라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라면 제2항에서도 '위난을 피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 자'라야 맞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런 의아한 표현은 제274조에도 나타난다.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16세 미만의 자를 그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한 업무에 사용할 영업자'라고 했다. '사용할'은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직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단단히 잘못됐음을 알 수 있다.
형법은 제87조부터 제372조까지 어떤 죄를 저지른 자는 어떤 처벌에 처한다고 규정해 놓았으면서 유독 제274조만은 엉뚱하게 '위험한 업무에 사용할 영업자'라고 했다. 이런 단순한 실수가 71년 동안이나 고쳐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음은 실로 경이로운 일이다. 법학을 연구하는 법학자들과 입법권자인 국회의원들 모두 반성해야 한다. 아니, 반성에 그치지 말고 즉각 수정해야 한다. 모두들 어디에 정신이 팔려 있는가. 그토록 말에 관심이 없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