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청주의 예식장에 예식을 보러 갔다가 청남대를 찾았다.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가보긴 처음이었다. 전에는 예약을 해야 갈 수 있다고 했는데 그 사이에 달라져 있었다. 입장료만 내면 무제한 입장이 가능했다. 그래선지 사람들로 여간 북적이지 않았다.
미리 충분히 계획하고 온 것이 아니었고 더구나 오후에 왔기에 그저 간단히 둘러보기만 했다. 구석구석 둘러볼 시간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본관은 들어가 보았고 근처의 오각정까지는 걸어갔다 왔다. 또한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앞의 호수광장까지도 갔다. 그러나 통일의 길, 호반길, 솔바람길, 나라사랑길, 화합의 길 등은 가지 못했다. 다음에 가려고 남겨 두었다.
청남대를 살짝만 둘러보고 놀란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반송(盤松)에 반했다. 그렇게 많은 반송이 어떻게 이곳에 모여 있을까 신기하기만 했다. 반송뿐 아니라 조경 전문가들의 손길을 거쳤을 걸로 보이는 나무들이 즐비했다. 대나무 숲에는 대나무가 쑥쑥 자라고 있었다. 호수광장 부근 길가에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식물들이 있었다. 나무가 자라다 만 것 같은 기묘한 모습의 군락지가 있었는데 아무 설명이 없어서 아쉬웠다.
남쪽에 있는 청와대라 해서 청남대라 이름붙였단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가기는 멀고 번거로우니까 청남대 본관 앞 헬기장까지 헬기를 타고 대통령들이 왔던 모양이다. 너무 넓은 땅이 아니라면 대통령 별장이 한두 군데는 있어도 좋겠다 싶은데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4월 청남대의 개방을 결정했다고 한다. 벌써 20년이 지났다.
다음에 다시 찾고 싶을 정도로 청남대는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사실 마음이 그리 편치 않은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별장을 짓는다고 토지를 수용당해 대대로 살던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은 없었을까. 하긴 대청댐 자체만으로도 이주해야 했던 이들은 부지기수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되돌릴 수가 없다.
얼마 전에는 청와대도 둘러보았는데 청남대도 가보았다. 5공화국 시대에 세워졌던 많은 건축물들이 국민에게 공개되었다. 이제 6공화국을 지나 7공화국의 시대를 맞이할까. 현행 헌법이 시행된 지 어언 35년이 지났다. 명실상부한 민주공화국을 이루었다. 7공화국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만 하다. 언제일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