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한국인이 아닌가
이 나라의 수많은 법률 중에서도 민법은 가장 기본인 법률이고 민법의 제1편인 총칙은 민법의 중요한 원리를 담고 있다. 민법 총직의 제5장 법률행위 중 제5절이 조건과 기한인데 그 첫 조항은 다음과 같다.
일반인들에게는 정지조건, 법률행위 같은 말이 낯설 것이다. 법률가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말이겠지만. 그런데 제147조 제1항 '정지조건있는 법률행위는 조건이 성취한 때로부터 그 효력이 생긴다.'는 무슨 뜻일까. 쉽게 말하면 조건이 있는 법률행위는 조건이 이루어졌을 때 효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예컨대 "이번 시험에서 네가 1등 하면 컴퓨터를 사줄게." 했다면 이번 시험에 1등 하는 것이 컴퓨터를 사주는 행위의 조건이다. 그 조건이 충족될 때 이 말을 한 사람은 컴퓨터를 사준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요컨대 제147조 제1항은 어려운 뜻이 아니다. 매우 쉽고 아주 당연한 이치를 표현한 말이다. 그런데 '정지조건있는 법률행위는 조건이 성취한 때로부터 그 효력이 생긴다.'라는 문장은 어떠한가? 한번에 바로 쉽게 읽히는가? 그럴 것 같지 않다. 처음 읽는 사람은 아마 '이게 무슨 말이지?' 하며 여러 번 읽게 될 것 같다. '조건이 성취한 때로부터' 때문이다. 도대체 '조건이 성취한'이란 표현이 가당한 표현인가? 조건이 뭘 성취한단 말인가?
조건은 성취되지 성취하지 않는다. 그런데 민법 제147조에서는 '조건이 성취한'이라고 하고 있다. 이 괴상한 표현이 민법 제정 당시부터 지금껏 존속하고 있다. 도대체 대한민국 법조인들은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인가? 그들은 한국인이 아닌가? 대한민국 민법에 들어 있는 비문은 당연히 고쳐져야 한다. 국어 문법에 맞게 바로잡아야 한다. 이런 괴상한 표현을 자라나는 세대에까지 물려줘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