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민법 제195조는 다음과 같다.
이 조문에서 이상한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타인의 지시를 받어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하는 때에는'이라는 구절에서 타인의 지시를 받고 사실상의 지배를 하는 사람이 누군지가 안 보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받어'이다.
비록 '타인의 지시를 받어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하는 때에는'에 누가 타인의 지시를 받고 누가 사실상의 지배를 하는지가 드러나 있지 않지만 생략된 주어는 조항의 제목에 있는 점유보조자일 것이다. 쉽게 말해 점유보조자는 점유자가 아니라는 게 이 조항의 뜻하는 바일 것이다.
그런데 '타인의 지시를 받어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하는 때에는'에 주어가 없는 것은 조문 제목인 '점유보조자'가 주어라고 받아들인다 쳐도 '받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왜 '받아'가 아니고 '받어'란 말인가. 이는 이 조문이 처음 만들어진 1958년 당시의 우리나라 사정을 잘 보여준다. '받어'와 '받아'가 마구 뒤섞여 쓰이고 있던 시절이었다. '받어'면 어떻고 '받아'면 어떻냐는 의식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 이른바 표준어 개념이 희미했던 게다.
법조문은 어문규범을 지켜야 하고 표준어로 적혀야 함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지당한 명제다. 그러나 우리 민법은 1958년 제정 당시에 '받어' 같은 표현이 버젓이 올랐을 뿐 아니라 무려 6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쳐지지 않고 그대로다. 법조인들은 이게 대수롭지 않은 모양이다. 입법권을 가진 그 많은 국회의원들은 아예 관심이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