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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15. 2023

환매권을 보류한 때에는?

'보류'에서 해매고 있는 민법

민법 채권편에서 매매의 한 형태로 환매(還買)를 두고 있다. 환매란 무엇인가? 매도하면서 나중에 되사들일 것을 미리 약정하는 것이다. 매도자가 일단 팔기는 팔지만 형편이 나아지면 매수자로부터 되사기로 매수자와 약정하는 특약이 환매다.


그런데 이를 표현한 조문을 보자. 다음과 같다.


제590조(환매의 의의) ①매도인이 매매계약과 동시에 환매할 권리를 보류한 때에는 그 영수한 대금 및 매수인이 부담한 매매비용을 반환하고 그 목적물을 환매할 수 있다.


'환매할 권리를 보류한'이라고 했다. '보류'는 '미루는' 것을 말한다. 다른 뜻은 없다. '환매할 권리를 보류'한다는 것은 환매할 권리를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게밖에 해석이 될 수 있나. 그런데 환매는 그런 뜻이 아니다. 환매할 권리를 갖는다는 뜻이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보류한'이 문제가 있다고 봤는지 제19대 국회와 제20대 국회에 법무부가 제출한 민법 개정안에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제590조(환매의 의의) ①매도인이 매매계약과 동시에 환매할 권리를 유보한 경우에는 그가 받은 대금과 매수인이 부담한 매매비용을 반환하고 그 대상물을 환매할 수 있다.


'보류한'을 '유보한'으로 바꾸었다. 그게 그거다. 보류유보나 미룬다는 점은 같고 '갖는다'는 뜻은 없다. 정작 이 조문이 의도한 뜻은 환매권을 갖는다는 것인데 말이다. 아마 '유보적으로 보유한다'가 정확한 입법 취지일 것이다. 어쨌거나 민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아 없던 일이 됐다.


민법이 '보류하다'를 여기저기서 잘못 쓰고 있다. 물론 '보류하다'를 '미루다'의 뜻으로 제대로 쓴 조문도 일부 있지만 말이다. 민법 제590조, 제592조, 제595조에 쓰인 '보류'는 잘못이다. 이를 고쳤다는 '유보'도 역시 잘못이다. '보류'가 아니라 '보유(保有)'라고 해야 입법 취지에 맞다. 필자가 이렇게 외치지만 법조인들은 오불관언(吾不關言)하고 있다. 이상한 집단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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