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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14. 2023

잔존한 부분만이면

주어를 마구 생략해도 되나

민법 조문이 불친절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일반 국민이야 민법 조문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으니 아예 관심이 별로 없겠지만 로스쿨에서 법학을 연마하는 학생들 중에서 민법 조문이 난해해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민법이 제일 중요한 과목인데 불친절한 조문이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제572조 제2항도 그러하다.


제572조(권리의 일부가 타인에게 속한 경우와 매도인의 담보책임) 

①매매의 목적이 된 권리의 일부가 타인에게 속함으로 인하여 매도인이 그 권리를 취득하여 매수인에게 이전할 수 없는 때에는 매수인은 그 부분의 비율로 대금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

②전항의 경우에 잔존한 부분만이면 매수인이 이를 매수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선의의 매수인은 계약전부를 해제할 수 있다.


갑이 을에게 부동산을 팔았는데 그 전부가 다 갑의 소유가 아니고 일부는 병의 것이었다 치자. 갑이 그 사실을 모르고 팔았다 해도 을로서는 손해를 피할 수 없고 갑이 그 사실을 알고 팔았다면 갑은 을에게 사기를 친 것이나 다름없다. 


제572조 제1항은 을이 갑에게 병이 소유한 부분에 대한 매매대금을 감해 달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인데 당연하다. 문제는 제2항이다. '잔존한 부분만이면 매수인이 이를 매수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이라고 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잔존한 부분만이면'에는 '-이다'가 쓰였는데 이다는 'A는 B이다'처럼 A와 B라는 두 요소가 있어야 한다. 주어와 보어다. 그런데 '잔존한 부분만이면'에는 보어만 있고 주어가 없다. 주어가 생략되었다.


생략된 주어는 누구나 쉽게 보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위에서 '잔존한 부분만이면'의 주어는 무엇인가? 누구도 쉽게 주어를 보충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존한(나머지) 부분만이 매도인이 소유한 것임을 매수인이 알았다면'이라고 할 때 누구나 쉽게 이 조문이 뜻하는 바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왜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길을 놓아 두고 이렇게 부당한 생략을 해가면서까지 어렵게 쓰나. 도저히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1950년대에 제정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제정했다 치자. 왜 지금까지도 그냥 가만 두고 있나. 혹시 아무나 법을 이해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만일 그렇다면 그래서 되겠나. 대답을 좀 들어봤으면 좋겠다. 법학의 길에 들어선 학생들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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