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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18. 2023

철도박물관

전차는 철도가 아닌가

경기도 의왕에 철도박물관이 있다. 서울 용산에 있던 철도유물기념관이 1988년 1월 지금의 장소로 옮겨 철도박물관으로 개관했다 한다. 2층 건물인데 꽤나 다양한 철도 관련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1층은 철도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 위주지만 2층에 올라가면 다양한 유물을 만날 수 있다. 철도박물관 야외에는 그동안 운행되었던 기관차, 열차들이 즐비하게 전시돼 있다. 


철도박물관의 전시물을 관람하면서 우리나라 철도의 역사를 잘 알 수 있었다. 1897년에 착공된 경인 철도는 1899년 9월 18일 개통되었다. 노량진과 인천 사이였다. 한강에 철교가 완성된 1900년에는 서울에서 인천까지 연결되었다. 경부선은 1905년 개통되었고 경의선은 1906년이었다. 호남선과 경원선은 1914년에 개통되었다. 경부선이 복선화된 것은 1945년 3월 1일이었다고 씌어 있었다.


우리나라 철도는 일본의 힘을 빌려서 시작됐다. 1896년 3월 조선으로부터 처음 철도 부설권을 얻은 것은 미국인 제임스 R. 모스였고 그는 1897년 3월 22일 공사에 착수했지만 자금 부족으로 일본의 경인철도인수조합권을 넘겼단다. 착공은 미국인이 했지만 완성은 일본인이 한 것이다. 철도박물관 1층 전시실 입구에 거대한 사진이 걸려 있는데 1897년 3월 인천에서의 착공식 모습이다. 서양사람들이 꽤 많이 서 있고 상복 입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다. 그 상복은 그때가 아직 1895년 을미사변으로 시해당한 명성황후의 상중이었음을 보인단다. 1899년 9월 18일 개통식에 대한제국과 일본 두 나라 국기가 걸려 있었다. 그 후로는 줄곧 일본의 기술로 철도가 착착 건설되었다. 일제강점기에는 대륙 침략의 수단으로 철도 건설이 절실했을 것이다.


철도박물관의 전시물을 보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철도는 1924년에 철원에서 금화간 개통된 금강산 철도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철도는 1931년 내금강까지 완전 개통되었다. 여기서 의문이 떠올랐다. 1899년 5월 4일에 서울에 전차가 개통된 걸로 알고 있다. 전차는 철도가 아닌가? 전차가 철도가 아니라면 전차와 철도의 차이는 무엇인가? 철도박물관의 직원에게 물어보았으나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하였다. 철도는 긴 구간을 운행하고 전차는 도시의 짧은 구간을 다니지만 그게 과연 명확한 구분일까. 어쨌거나 철도박물관에 전차에 관한 전시물은 없었다. 


전차는 1968년 마지막으로 운행되고 사라졌다. 그러나 지금 위례신도시에 위례트램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25년에는 운행된다고 한다. 지상의 노면에 레일이 있고 그 위로 다닌다는 점에서 그 옛날 전차와 다를 바 없지만 이름은 위례트램이다. 전차가 아니다. 전기도 공중에 가설된 선으로부터 공급받지 않고 지붕에 장착된 대용량 배터리에서 공급받고. 


노량진과 인천 사이에 1899년 처음 개통된 철도였는데 이젠 KTX가 전국 곳곳에 깔려 있다.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북한을 통과해 대륙을 횡단, 유럽까지 철도가 이어질 날이 올까. 지금은 비록 상상하기 어렵지만 언젠가 그런 날이 갑자기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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