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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23. 2023

킬러문항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그걸 공개한다고?

갑자기 킬러문항이 사회적 논란의 핵심에 떠올랐다. 더불어 교육현장이 여간 술렁이지 않는다. 수능이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수험생들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뭐가 어떻게 바뀐다는 건가. 아무도 속시원한 답을 들려주지 않는다. 교육 당국을 쳐다만 볼 뿐이다.


그런 가운데 교육부 장관이 대책을 발표하면서 수능의 3년치 킬러 문항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 기사를 읽으며 여간 뜨악하지 않다. 수능 시험문제는 시험 직후에 바로 인터넷에 공개된다. 만천하가 다 문제와 정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새삼 킬러문항을 공개하겠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모르겠다.


물론 어떤 문항들이 킬러문항인지를 공개하겠다는 뜻인 건 안다. 그런데 킬러문항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정하겠다는 건가? 모든 문제는 킬러문항과 킬러문항 아닌 문항으로 양분되나? 그런 기준이 있을 수 있나? 킬러문항이라는 개념은 존재할 수 있어도 특정 문항이 킬러문항에 속하는지 아닌지를 가리기는 간단하지 않다. 마치 미인이라는 개념은 존재할 수 있어도 특정인이 미인인지 아닌지를 판정하기가 쉽지 않듯이 말이다. 미인이냐 아니냐는 사람마다 평가가 다를 수 있다. 몇 %가 미인이고 누구누구까지가 미인인지 어떻게 가리나? 킬러문항도 마찬가지다.


고3 수험생들이 풀어야 하는 수능시험 문제는 일반인이 풀기에는 너무 어렵다. 킬러문항을 공개한다 해도 일반인들은 그게 왜 킬러문항인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킬러문항 아닌 평범한 문제도 풀기가 쉽지 않은 마당에 킬러문항으로 지목된 문제가 얼마나 어렵겠나. 그러니 공개해도 일반인에겐 별 의미가 없다. 한편 수험생이나 입시전문가들에겐 굳이 이런 문제들이 킬러문항이라고 하지 않아도 이미 그런 문제들이 킬러문항임을 훤히 잘 안다. 구태어 킬러문항이라고 지목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교육부는 왜 느닷없이 3년치 수능 킬러문항을 공개하겠다는 걸까. 더구나 며칠만에! 일반인에겐 의미 없는 일이고 수험생들이나 교사들은 이미 충분히 잘 아는데 말이다. 도대체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킬러 문항을 없앤다고 변별력을 갖춘 어려운 문제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 모든 문제를 다 평이하게 내는 게 가능할까. 그래서 시험으로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시험 출제위원들은 여간 난감하지 않을 것 같다. 진퇴양난이란 이런 걸 가리키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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