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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24. 2023

참을 수 없는 입법의 가벼움, 그러나...

놀라운 이율배반

법무법인 바른의 이영희 대표변호사가 한국경제신문에 '참을 수 없는 입법의 가벼움'이란 제목의 칼럼을 썼다. 깊이 공감하는 바다. 입법권을 쥔 국회가 쉴새없이 법을 쏟아내는데 졸속 입법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국회로서는 그 본분이 입법이니 법을 제.개정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어처구니없는 법률 제.개정안이 국회에 마구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 상정만 될 뿐 상임위, 법사위를 통과하고 본회의까지 통과하는 법률안은 그 중 일부에 그치지만 본회의도 통과해서 공포, 시행되는 법률 중에서도 선심성 입법이거나 사회를 혼란에 몰아넣는 입법이 적지 않음을 칼럼은 지적하고 있다. 요컨대 속전속결로 통과되는 부실, 졸속, 불량 입법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좀 다른 각도에서 입법부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졸속 입법이 난무하는 게 우리 입법부의 현실이지만 정반대로 이미 오래 전에 바로잡혔어야 할 법률의 오자와 비문법적인 문장을 고치는 데는 국회가 눈 하나 깜짝 않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전혀 우리와는 상관없다는 듯 오불관언, 외면하고 있다. 일테면 민법 제195조의 '타인의 지시를 받어'의 '받'는 '받'의 잘못이다. 오자다. 민법 제2조 제1항의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를 지켜 성실히 하여야 한다.'라야 문법에 맞는 문장이다. 민법 제77조 제2항 '단법인은 사원이 없게 되거나 총회의 결의로도 해산한다.'도 '사단법인은 사원이 없게 되거나 총회가 결의할 때에도 해산한다.'라 해야 말이 된다.


2022년 12월 13일 국회는 민법 제158조를 '연령계산에는 출생일을 산입한다.'에서 '나이는 출생일을 산입하여 만(滿) 나이로 계산하고, 연수(年數)로 표시한다.'로 개정했는데 이는 사실 동어반복에 불과한 의미 없는 개정이었다. 도저히 개정이라고는 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이렇게 의미 없는 개정은 하면서 '지시를 받', '신의에 좇아'는 왜 그대로 두고 있는지, '사원이 없게 되거나 총회의 결의로도 해산한다'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비문은 왜 고치지 않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법무부는 2015년과 2018년에 이런 오자, 비문을 죄다 바로잡은 민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국회는 이를 처리하지 않고 폐기시켰다. 국회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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