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보호법은 왜 안 고치나
지난해 12월 12일 국회는 만 나이로 통일한다면서 민법개정안을 통과시켰고 12월 27일 대통령이 공포했고 2023년 6월 28일부터 시행된다. 언론은 "내주부터 '만 나이'로 통일"이라며 이를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제목은 그렇지만 기사 내용은 다르다. '이미 만 나이 적용'이라며 달라지는 건 없다고 하고 있다. 어처구니없다. '무엇이 달라지나' 하고 물어 놓고 달라지는 게 없다니 말이다.
이런 어이없는 일은 왜 벌어졌는가. 민법은 1958년 제정 때부터 만 나이를 쓴다고 규정했다. 따라서 지난 연말 민법을 개정한 것은 표현만 조금 자세해졌을 뿐 사실 달라지는 게 없었다. 만 나이를 쓰기로 규정돼 있었는데 호들갑을 떨면서 만 나이로 통일한다고 국민을 호도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 언론 보도처럼 '무엇이 달라지나' 해 놓고 '이미 만 나이 적용'이라는 말이 따라서 나오는 것이다.
나이에 관해서는 민법은 선언적일 뿐 기타 여러 법에서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 징병검사 시기에 관한 나이, 초등학교 입학에 관한 나이는 제각기 해당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 담배와 술을 살 수 있는 나이도 역시 관련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법률이 만 나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아니, 따르고 싶어도 따를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병역을 판정 받기 위한 신체검사나 초등학교 입학은 모두가 함께 움직여야 하므로 각 개인마다 달리 할 수 없고 그래서 만 나이를 따르고 싶어도 따를 수 없다.
그런데 경로 우대권을 사용하는 문제나 담배나 술을 사는 문제는 단체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개인마다 따로 하는 일이므로 만 나이를 적용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경로 우대권은 만 65세가 되는 사람만 발급받을 수 있다. 관청에서는 실제로 만 65세 생일이 되었는지를 확인하고 경로우대증을 발급해준다.
여기서 희한한 일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술, 담배를 사는 일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술, 담배를 살 때만은 만 19세가 아니다. 만 나이를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보호법 제2조에 이렇게 돼 있다.
왜 '다만,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라는 단서를 두나. 정부는 민법 개정으로 '만 나이'로 통일하게 되었다고 허울 좋은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마땅히 청소년 보호법 제2조의 청소년 정의를 고쳐야 한다. 단서 조항을 없애서 만 19세 미만인 사람만을 청소년으로 해야 한다.
만일 이 단서 조항을 삭제한다면 술, 담배 판매업자나 청소년 유해업소 경영자들은 당연히 반대할 것이다. 매출이 줄어드니까. 정부는 이들의 반대가 무서워서 '만 나이' 적용을 회피하는 법을 그대로 두나. 그들이 그렇게 무섭나. 답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