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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25. 2023

만 나이

청소년보호법은 왜 안 고치나

지난해 12월 12일 국회는 만 나이로 통일한다면서 민법개정안을 통과시켰고 12월 27일 대통령이 공포했고 2023년 6월 28일부터 시행된다. 언론은 "내주부터 '만 나이'로 통일"이라며 이를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제목은 그렇지만 기사 내용은 다르다. '이미 만 나이 적용'이라며 달라지는 건 없다고 하고 있다. 어처구니없다. '무엇이 달라지나' 하고 물어 놓고 달라지는 게 없다니 말이다.


이런 어이없는 일은 왜 벌어졌는가. 민법은 1958년 제정 때부터 만 나이를 쓴다고 규정했다. 따라서 지난 연말 민법을 개정한 것은 표현만 조금 자세해졌을 뿐 사실 달라지는 게 없었다. 만 나이를 쓰기로 규정돼 있었는데 호들갑을 떨면서 만 나이로 통일한다고 국민을 호도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 언론 보도처럼 '무엇이 달라지나' 해 놓고 '이미 만 나이 적용'이라는 말이 따라서 나오는 것이다. 


나이에 관해서는 민법은 선언적일 뿐 기타 여러 법에서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 징병검사 시기에 관한 나이, 초등학교 입학에 관한 나이는 제각기 해당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 담배와 술을 살 수 있는 나이도 역시 관련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법률이 만 나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아니, 따르고 싶어도 따를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병역을 판정 받기 위한 신체검사나 초등학교 입학은 모두가 함께 움직여야 하므로 각 개인마다 달리 할 수 없고 그래서 만 나이를 따르고 싶어도 따를 수 없다. 


그런데 경로 우대권을 사용하는 문제나 담배나 술을 사는 문제는 단체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개인마다 따로 하는 일이므로 만 나이를 적용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경로 우대권은 만 65세가 되는 사람만 발급받을 수 있다. 관청에서는 실제로 만 65세 생일이 되었는지를 확인하고 경로우대증을 발급해준다.


여기서 희한한 일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술, 담배를 사는 일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술, 담배를 살 때만은 만 19세가 아니다. 만 나이를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보호법 제2조에 이렇게 돼 있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청소년”이란 만 19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다만,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


왜 '다만,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라는 단서를 두나. 정부는 민법 개정으로 '만 나이'로 통일하게 되었다고 허울 좋은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마땅히 청소년 보호법 제2조의 청소년 정의를 고쳐야 한다. 단서 조항을 없애서 만 19세 미만인 사람만을 청소년으로 해야 한다. 


만일 이 단서 조항을 삭제한다면 술, 담배 판매업자나 청소년 유해업소 경영자들은 당연히 반대할 것이다. 매출이 줄어드니까. 정부는 이들의 반대가 무서워서 '만 나이' 적용을 회피하는 법을 그대로 두나. 그들이 그렇게 무섭나. 답을 듣고 싶다.


'무엇이 달라지나' 해 놓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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