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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25. 2023

제목장사도 정도껏 해야

우롱당한 느낌



한 유력 일간지의 인터넷판 기사다.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제목이 "히틀러도 못 뚫은 모스크바... 러軍, 용병부대 프리패스시켰나"였기 때문이다. 아니, 히틀러도 못 뚫은 모스크바인데 바그너그룹의 반란군이 모스크바를 뚫었구나 싶었다. 더구나 '러군, 용병부대 프리패스시켰나' 했기 때문에 용병부대가 저항도 안 받고 모스크바로 들어갔구나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기사 본문을 읽어보니 그 어디에도 바그너그룹 반란군이 모스크바에 들어갔다는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모스크바가 하루 만에 러시아 용벙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에 뚫릴 뻔했다."라는 한 줄이 있을 뿐이었다. 모스크바는 뚫리지 않았다. 실은 '뚫릴 뻔했다'는 말조차도 사실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모스크바에서 불과 200㎞ 남겨진 곳까지 진격했으나..."라고 했는데 200km 남겨진 곳까지 진격한 게 뚫릴 뻔한 거라고? 200km가 그리 간단한 거린가. 200km에 '불과'를 붙이는 게 과연 온당한가? 


과도한 제목장사는 매체 자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눈앞의 조회 수 늘리기에 급급해 과도한 제목을 내걸다가 매체에 대한 불신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왜 매체가 이렇게 스스로 제 발등 찍는 일을 서슴지 않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거의 실성하지 않았나 싶은 느낌이 든다. 우롱당한 불쾌감을 억누르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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