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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26. 2023

민법 개선의 미동(微動)

법에 비문이 있어서는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이 2023년 6월 26일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권칠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앞으로 삼임위원회에서 논의하게 될 것이다. 개정의 이유는 '법조문을 시대 변화에 맞도록 한글화하고, 이해하기 쉽게 개정할 필요성이 있으며 특히 주어가 없거나, 오용하고 있는 비문을 개정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개정안을 보니 개정 대상이 된 조문이 10개 조였다. 


그런데 민법에는 비문이 200개가 넘는다. 비문이 든 조문은 200개까지는 안 될지 몰라도 거의 그에 육박한다. 그런데 왜 10개 조문만 개정 대상으로 삼는지 의아하다. 고치려면 한꺼번에 고쳐야 하지 않나. 더구나 이번에 제출된 개정안을 보면 민법의 제도가 달라지는 것은 없고 그 제도를 담은 언어 표현만 고치고 다듬은 것이다. 법을 개정할 때 제도를 손대지 않고 언어 표현만을 수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면 더욱 고칠 때 한꺼번에 고쳐야 하지 않을까. 왜 그 많은 비문 중 일부만 추려서 개정안을 냈는지 의아하다. 이래서 과연 통과될까. 그래도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에 비하면 장한 일이니 박수를 보내지만 뜨악한 느낌을 누르기는 어렵다.


게다가 이번 개정안에 들어 있는 10개 조문 중에서 제572조는 무엇을 고쳤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현행 조문도 비문이지만 이번에 제출된 개정안의 조문도 여전히 비문이기 때문이다. 개정안의 제572조 제2항을 보자. 개정안은 "제1항의 경우 나머지 부분만이면"으로 시작되는데 '나머지 부분만이면'의 주어가 없다. 뭐가 나머지 부분이라는 것인지가 없다. 비문을 개정하고자 발의된 개정안에도 비문이 고쳐지지 않았다. "전항의 경우에 매도인의 권리에 속하는 것이 잔존한 부분만이면"이나 "전항의 경우에 매수인이 잔존한 부분만 매도인의 권리에 속함을 알았다면"으로 바꾸어야 비로소 주어가 갖추어지면서 문법적으로 완전해지고 그래서 조문의 뜻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이번 민법 개정안이 문제를 안고 있지만 시도 자체는 대단히 환영할 일이다. 국회의원들 사이에 민법에 비문이 많고 따라서 비문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식이 퍼지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상임위를 통과하고 본회의까지 통과해서 공포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못하더라도 민법 개선의 고동을 울렸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다. 미동(微動)이지만 큰 기대를 갖게 한다. 다만 위에 언급했지만 제572조 제2항은 제대로 된 개정이 아니다.



여전히 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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