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나이를 쓰지 않는 법이 있다
정부와 매체는 힘을 모아 '만 나이 통일법'을 선전한다. '만 나이 통일법'이라는 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나이 계산에 관해 언급한 민법과 행정기본법을 가리킬 뿐이다. 그러나 어처구니없게도 민법은 1958년 제정 때부터 만 나이를 쓰도록 규정해 놓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민법을 개정한 것은 표현만 좀 바꾸었을 뿐이지 '만 나이'를 쓰도록 한 것은 똑같다. 말이 개정이지 개정된 게 없었다.
그런데 2023년 6월 28일부터 개정 아닌 개정을 한 민법이 시행된다.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는데 말이다. 정작 실제 나이 계산을 규정해 놓고 있는 노인복지법과 청소년보호법에서는 각각 달리 나이 계산을 한다. 노인복지법에서는 만 나이를 쓰라고 규정해 놓고 있는 데 반해서 청소년보호법에서는 만 나이가 아니라 연 나이를 쓰라고 규정돼 있다.
65세 이상의 자는 만 65세 이상의 자를 말한다. 만 65세 생일이 지나지 않으면 경로우대 혜택을 못 받는다. 그런데 청소년보호법을 보자.
아예 단서로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예컨대 12월 31일에 태어난 사람도 거의 1년 전이나 다름없는 그 해 1월 1일부터 이미 청소년이 아닌 성인 대우를 받는다. 만 나이가 아니라 연 나이를 적용한다는 뜻이다. 진정으로 '만 나이'로 통일하고자 한다면 청소년보호법 제2조 1의 단서 조항을 없애야 한다. 이 법 개정은 왜 않는가.
왜 청소년보호법에서는 만 나이가 아닌 연 나이를 적용하고 노인복지법에서는 만 나이를 적용하는가. 이러고도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되어 나이는 만 나이로 통일됐다고 말할 수 있는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거와 다름이 없다. '만 나이 통일법' 운운은 국민 우롱이다. 청소년보호법이 번히 살아 있는데 만 나이로 통일됐다고? 어이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