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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28. 2023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변경되는 것은 없다

외교부가 미쳤다. 정부가 대통령 선거 공약 사항의 실천으로 오늘부터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변경되는 것은 없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외교부가 미친 게 아니다. 실제로 오늘부터 변경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연합뉴스가 '만 나이 통일법' 시행과 관련해 자세한 뉴스를 내보냈다. 그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여권 업무와 관련해 외교부에서도 이날 '변경되는 것은 없다'는 내용의 공지가 내려왔다고 한다.


서울 성동구 주민 문모(56)씨는 "취미 동호회 단체 대화방에 자기소개할 때 누구는 한국 나이, 누구는 만 나이로 올려 혼란이 있었다"며 "한 살이라도 어린 만 나이로 통일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생일 하루 차이로 나이가 달라지면 헷갈릴 듯해 태어난 연도로 맞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25)씨는 "회사에서 나이가 어린 편이라 나이를 공개하면 업무 처리를 잘 못한다고 생각하는 선입견이 생길 것 같다는 걱정이 있다"며 "나이를 얘기할 일이 생기면 한국식 나이로 얘기할 생각"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변경되는 것은 없다고 정직하게 공고했고 이어서 시민들의 반응이 나오는데 아주 걸작이다. 성동구 주민 문모(56)씨는 나이가 달라지면 헷갈릴 듯해 태어난 연도로 맞추기로 했다고 말했단다. 대놓고 정부 시책을 따르지 않겠다고 했다. 만 나이가 아니라 연 나이를 쓰겠다는 거니까 말이다.


직장인 정모(25)씨는 나이를 얘기할 일이 생기면 한국식 나이로 얘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만 나이를 쓰라고 하지만 가볍게 무시하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오늘부터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된다고 하지만 이런 국민들의 반응을 어떻게 생각하나 모르겠다.


국민의 생활 속 말은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개입할 수단도 근거도 없다. 국민의 생활 속 언어는 법률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다. 수백, 수천 년 내려온 관습에 바탕을 둔다. 그 오래고 끈덕진 관습을 무슨 수로 바꾸나. 민법 개정을 통해 뿌리 깊은 관습을 바꾸겠다고 했다면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것이다


국민은 민법을 읽고 민법에 따라 말하지 않는다. 민법 조문이 어떻게 돼 있는지는 법률가 아니면 아는 국민이 없다. 그런데 민법을 개정했다면서 민법대로 하라고 한다. 그런데 사실 민법은 바뀐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1958년 민법 제정 때부터 나이는 만 나이로 계산한다고 민법에 돼 있었으니 말이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웃프다는 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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