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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28. 2023

사전을 어이할까

칠순, 팔순은 몇 살을 말하는가

민법은 1958년에 제정될 때부터 만 나이를 쓰라고 규정돼 있었는데 오늘부터 '만 나이 통일법'(민법, 행정기본법)이 시행된다고 언론은 떠들썩하다. 말이 개정이지 도저히 개정이라고 볼 수 없는데 말이다. 자구가 일부 수정되었을 뿐 도대체 달라진 게 없다. 제정될 때의 민법이나 이번에 개정된 민법이나 만 나이를 쓰라는 것은 같다.


그런 가운데 국어사전의 뜻풀이가 눈길을 끈다. 표준국어대사전이나 고려대 한국어사전이나 모두 환갑예순한 살이라 뜻풀이하고 있다. 이때의 예순한 살만 나이가 아니다. 연 나이도 아니다. 집에서 세는 나이한국식 나이다. 


만일 국어사전의 뜻풀이도 민법을 따라야 한다면 이들 사전의 '환갑' 뜻풀이는 당연히 '예순 살'로 바뀌어야 한다. 과연 이들 사전을 관리하는 기관에서 '환갑'의 뜻풀이를 예순 살로 바꿀지, 바꾼다면 언제 바꿀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제까지는 왜 민법을 따르지 않았는지도 궁금하다.


문제는 환갑에서 그치지 않는다. 칠순, 팔순은 어떻게 되나? 칠순은 일흔 살, 팔순은 여든 살로 이들 사전은 뜻풀이하고 있다. 이때의 일흔 살, 여든 살은 만 나이인가, 집에서 세는 나이인 한국식 나이인가. 환갑의 뜻풀이를 고려하면 당연히 집에서 세는 나이, 한국식 나이다. 환갑은 한국식 나이고 칠순, 팔순은 만 나이나 연 나이일 수는 없지 않은가.


환갑이야 앞으로 뜻풀이를 '예순 살'로 바꾼다손 치더라도 칠순, 팔순예순아홉 살, 일흔아홉 살로 바꾸어야 할까? 궁금하다. 칠순잔치는 만 예순아홉 살에 하는 잔치인가, 아니면 만 일흔 살에 하는 잔치인가. 칠순, 팔순의 개념 자체를 만 나이로 바꾸어야 할지 아니면 그냥 그대로 두어야 할지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만 나이 일흔 살, 여든 살로 개념을 바꾼다면 뜻풀이는 그대로 두어야 하지만, 개념을 그대로 둔다면 뜻풀이를 '예순아홉 살', '일흔아홉 살'로 바꾸어야 한다. 정부 당국이나 국회가 이런 문제까지 고려해 봤는지 궁금하다. 입법 만능주의는 언제나 위험성을 안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



고려대 한국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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