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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30. 2023

장미란의 나이

급진은 위험하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모두 딴 괴력의 역도 선수 장미란이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 임명됐다. 체육인 출신으로 이 부의 차관이 되기는 세번째다. 과거에 사격 선수 박종길, 수영 선수 최윤희가 차관을 지냈다. 축하할 일이다. 아무쪼록 체육인으로서의 다채로운 경험을 바탕으로 체육 행정을 훌륭히 펼치길 기대한다.


그런데 장미란의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임명 소식을 알리는 언론 보도가 둘로 갈린다. 장미란이 39세라는 매체와 40세라는 매체로 말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장미란은 도대체 언제 태어났길래 나이가 왔다갔다 하는 걸까. 네이버의 인물 정보에는 그녀의 생년월일이 이렇게 나와 있다.




장미란은 1983년 10월 9일생이란다. 과연 이에 따르면 장미란은 2023년 6월 30일 현재 만 39세이다. 그래서 신문은 39세, 30대라고 보도했을 것이다.


한편 장미란의 차관 임명 소식을 알리면서 40세라고 한 매체도 적지 않다. 



집에서 세는 나이로는 마흔한 살이고 만으로 나이를 세도 넉 달 후에는 40세인 장미란에게 30대 차관이라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니 시비 걸 일은 아니겠다. 다만 39세인지 40세인지만은 분명해야지 않겠나. 매체마다 나이가 달라서야 되겠나.


마침 정부는 2023년 6월 28일부터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됐다며 만 나이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바로 그때 장미란이 차관에 임명됐고 그녀의 나이가 문제가 되고 있다. 


사실 신문은 오래 전부터 이른바 '신문 나이'를 써 왔다. 신문 나이란 무엇인가. 연 나이다. 태어난 연도를 기준으로 보도에 나오는 인물의 나이를 밝혀 왔다. 심지어 생일을 아는 사람, 그래서 만 나이를 알 수 있는 사람까지도 연 나이를 써 온 것이다. 그게 일관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 것이다. 이제 정부가 '만 나이' 사용을 강력 권장하니 신문이 어떤 정책을 사용할지 궁금하다. 이미 일부 언론은 '30대', '39세'라며 장미란에 대해 만 나이를 적용했다. 그러나 다른 매체들은 장미란을 40세라 하고 있다.


이런 혼란은 장미란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다 마찬가지다. 장미란을 39세로 보도한 매체처럼 인물의 나이를 밝힐 때 만 나이를 쓰려면 생일을 알아야 한다. 생일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만 나이를 쓰고 싶어도 못 쓴다. 유명인들은 포털의 인물 정보에서 생년월일을 알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하나. 심지어 네이버의 인물 정보에도 연도만 나와 있을 뿐 월과 일이 나오지 않은 사람이 적지 않다.


'만 나이 통일'은 욕심이 지나쳤다고 할 수 있다. 그저 ''집 나이', '한국 나이'는 이제 쓰지 맙시다' 정도에 그쳤어야 하는데 연 나이까지 쓰지 말고 오로지 만 나이로 통일하자는 것은 욕심이 너무 앞선 것이었다. 만 나이만을 써야 한다면 생일을 알지 못하면 나이 자체를 밝힐 수 없으니까 말이다. 나이를 말할 수 없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나.


그래서 지금이라도 조금 후퇴할 필요가 있다. "집 나이는 이제 쓰지 않는다. 연 나이를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생일을 아는 경우에는 만 나이를 쓸 수 있다." 정도가 온당하다고 생각한다. 그걸 '만 나이 통일'이라고 했으니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도 '만 나이'를 고집한다면 한 학급의 학생들은 나이 한 살 많은 아이들과 한 살 적은 아이들로 나뉘게 된다. 같은 학년, 같은 반이면 동갑이었는데 동갑이 무너진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급진은 언제나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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