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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l 03. 2023

프랑스의 소요 사태

공권력의 과잉 행사는 위험하다

지난 6월 27일 아침 파리 서쪽 낭테르의 한 거리에서 17세 소년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이 일이 지금 프랑스 전역을 뒤흔들고 있다. 시위대 수백 명이 체포되고 차량 수천 대가 불타고 건물 수백 채가 화염에 휩싸였다. 이쯤 되면 거의 내전을 방불케 한다. 독일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마크롱 대통령은 급히 계획을 취소하고 사태 진정을 위해 진력하고 있다.


소년은 왜 죽었으며 왜 프랑스를 극도의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는가. 2006년생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 생일이 드러나지 않아 모든 언론이 17세라 하고 있다. 만일 8월 이후에 태어났다면 16세였을지도 모르겠다. 어떻든 나엘 메르주크(Nahel Merzouk)는 프랑스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 그때의 상황은 어땠나.


27일 아침 모터사이클을 타고 순찰 중이던 경찰관 두 명이 버스 차로를 달리는 노란색 메르세데스벤츠 AMG 승용차를 발견하고 뒤쫓기 시작했다. 사이렌을 울리며 멈추라고 지시했지만 메르세데스 AMG는 응하지 않고 계속 달렸다. 하지만 결국 라데팡스 거리에서 멈춰서게 됐고 모터사이클에서 내린 경찰관 두 명이 차에 다가가 차 안의 운전자를 향해 권총을 겨누고 시동을 끄라고 지시했다. 그때 운전자는 이에 응하지 않고 차를 출발시키려 했고 권총이 발사됐다. 그러나 총에 맞고도 운전자는 급히 차를 출발시켰으나 그리 많이 가지 못했다. 피를 흘리며 차를 계속 운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차 안에는 두 명이 더 타고 있었다. 운전자인 17세 소년 나엘은 곧 사망했다. 차 안에 있던 두 명 중 한 명은 도주했고 한 명은 잡혔다. 이것이 사건 개요다.


이 사건이 프랑스 전역을 혼란에 몰아넣고 있다. 거의 일주일째 전국 곳곳에서 격렬한 항의 시위가 벌어져 수백 명이 체포되고 수천 대의 차량이 불에 탔으니 말이다. 이 사태가 어떻게 종결될지 자못 궁금하다. 무엇이 프랑스 사람들을 이로톡 분노케 하였을까? 이는 17세 소년 나엘이 알제리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나엘은 아버지가 없단다.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고 모자는 사이가 돈독했던 모양이다. 그날도 잘 다녀오라는 어머니의 인사까지 받고 집을 나섰는데 나엘은 돌아오지 못했다. 나엘은 배달이 직업이었다. 오토바이가 아니라 자동차로 하는 배달을 했다. 17세인데 운전면허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는 전에도 경찰의 단속을 받은 적은  몇 번 있었지만 형사 처벌을 받은 기록은 없다고 한다. 그의 학력이 어디까지였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럭비를 좋아해서 동네 럭비 클럽에 열심이었단다.


프랑스는 과거에 수많은 나라를 식민지로 가지고 있었다. 특히 아프리카가 그랬다.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들은 백인보다는 백인 아닌 사람이 더 많다. 과거에 지단이 그랬고 지금 음바페도 그러하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음바페가 분노를 표출했다. 동병상련의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 프랑스가 지금 격렬한 소요에 휩싸인 것이 뿌리 깊은 인종 차별과 무관할까. 아닐 것이다.


그런데 분노의 표출 방식에 대해서는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소중한 생명이 스러진 것에 대해 이토록 과격하게 분노를 표출해야 하나. 평화롭게 항의의 뜻을 표할 수는 없나. 왜 그리 많은 자동차와 건물을 불태워야 하나. 우아하고 세련된 예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프랑스인의 이면에 이토록 원시적인 행동 방식이 자리하고 있나 보다. 소요가 어서 가라앉기를 바란다. 당국도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공권력의 과잉 행사가 국가와 사회를 뒤흔들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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