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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l 05. 2023

졸업을 마친?

줄여도 말이 되게 줄어야 한다

어쩌면 이리도 기구한 운명을 가진 여인이 있나 싶다. 남편도 공군 전투기 조종사였고 아들도 공군 전투기 조종사였다. 남편은 1984년 F-4E를 몰다가 순직했고 아들은 2007년 KF-16D를 몰다가 역시 순직했다. 두 사람 모두 그때 20대 후반이었다. 


최근 국방부는 AI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16년 전 순직한 아들 박인철 소령이 말하는 모습을 VR로 구현했다. 이를 본 모친의 눈에서 눈물이 콸콸 쏟아졌다 한다. 얼마나 사무치게 그리웠겠는가. 아무 상관 없는 내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나도 모르게...



영공 방위를 위해 최선을 다하다 부자는 하늘에서 산화했다. 가족의 아픔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게다. 도대체 어찌 이런 일이 다 있나. 


그런데 이를 보도한 신문 기사에 내 눈길이 미쳤다. 사진 설명에 희한한 구절이 있었다. "공군사관학교를 졸업을 마친 박인철 소위"라고 했다. '공군사관학교를 졸업을 마친'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말이 되나. 아마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졸업식을 마친'이라는 뜻을 표현하려고 했을 텐데 고약하게 줄이고 말았다. 


줄여도 말이 되게 줄여야 한다.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을 마친 박인철 소위"라고 했다면 얼마나 산뜻하고 알기 쉬웠을까. 말은 바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 뜻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사진 설명이라고 대충 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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