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문장이 방치되고 있다
민법은 사람과 함께 법인도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민법 제1편 총칙의 제3장이 법인이다. 그리고 제70조는 어떤 경우에 법인이 임시총회를 열 수 있는지를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70조 제2항은 다음과 같다.
여기서 '총사원의 5분의 1 이상으로부터 회의의 목적사항을 제시하여 청구한 때에는 이사는 임시총회를 소집하여야 한다.'라는 문장이 어떤가? 이상하지 않나. 이 항은 이사가 임시총회를 소집해야 하는 경우로 총사원의 1/5 이상이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할 때를 들고 있는 건데 '총사원의 5분의 1 이상으로부터 회의의 목적사항을 제시하여 청구한 때에는'이 말이 되나? '제시하여 청구한'의 주어가 없지 않나. 누가 회의의 목적사항을 제시하여 청구한 때라는 건가? '총사원의 5분의 1 이상이'라고 해야 할 것을 '총사원의 5분의 1 이상으로부터'라고 잘못 쓴 것이다.
요즘 같으면 중학생 정도만 해도 이런 엉터리 문장을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조항은 1958년 제정될 때 만들어졌다. 1950년대에 이 나라 민법을 제정할 당시 방대한 민법 안에는 이렇게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 곳곳에 들어 있었다. 그때 얼마나 사회가 어수선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놀라운 것은 이 잘못된 문장을 65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 고치지 않나. 말이 안 되는 문장을 왜 그대로 두고 있나. 앞뒤가 안 맞는 문장을 그대로 두고 국가의 기본법이라며 신주처럼 받들고 있는 사실이 좀체 믿어지지 않는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는 무엇을 하고 있나. 그들은 말에 이토록 무관심하단 말인가. 그들은 도대체 무엇에 관심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