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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l 06. 2023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

흠 있는 문장은 안 된다

헌법은 다른 법률과 차원이 다르다. 다른 모든 법률은 국회에서 의결하고 대통령이 공포하는 것으로 입법 절차가 끝나지만 헌법은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그만큼 엄중한 의미를 지닌다. 현재의 헌법은 제10차 헌법이고 그 전의 헌법들과 달리 매우 오래 유지되고 있다. 1987년 10월 29일 개정되고 1988년 2월 25일부터 시행되었으니 35년이나 지속되어 왔다. 지금도 개헌 논의가 있기는 하지만 큰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지 못하니 앞으로 또 얼마나 이 헌법이 계속 쓰일지 모르겠다. 


현재의 제6공화국 헌법은 130개 조로 되어 있는데 흠을 찾기 어렵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헌법안을 검토했다는 뜻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헌법은 문법적인 면에서 완벽하지 않다. 일부 조문에 불완전한 문장이 보인다. 헌법 제107조 제1항도 그렇다.


제107조 ①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한다.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라 되어 있는데 이것이 무슨 뜻인지 모를 사람은 아마 없겠지만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는 않을 것이다. '위반되는 여부'가 문제가 있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부'라는 말을 쓸 때 '~는지 여부', '~을지 여부'라고 쓰지 '~는 여부' 또는 '~을/ㄹ 여부'라고 하지는 않는다. 즉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라고 하지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라고 했다.


뜻이 통하니까 그냥 넘어가 왔다. 그러나 헌법에 문법적으로 문제 있는 표현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라고 하든지 '헌법 위반 여부'라고 할 때 문제가 없다. 왜 굳이 흠이 있는 표현을 써야 하나. 그럴 이유가 없다. 언젠가 헌법을 개정할 때에는 이런 흠 있는 문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문법은 언중 사이에 굳건히 맺어진 약속이다. 헌법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아니, 헌법이야말로 가장 바르고 정확한 문장으로 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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