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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l 04. 2023

한 법에서도 왔다 갔다

누더기 같은 법을 이대로 둘 것인가

우리나라 기본 6법 가운데 민사소송법만 한글로 씌어 있고 나머지 대한민국헌법, 민법, 형법, 상법, 형사소송법은 국한 혼용으로 되어 있다. 한자어는 한자로 적었다. 제정 당시에 그렇게 제정한 것을 그 후에 숱한 법률 개정 기회가 있었건만 한글로 바꾸지 않았다.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민법, 형법, 상법, 형사소송법도 2000년 이후에 개정되거나 새로 들어간 조문은 한글로 적혀 있다. 그러다 보니 조문에 따라서 문자 사용이 다르다. 제정 때 그대로인 조문은 한자로 적혀 있고 2000년대 이후에 개정되었거나 새로 들어간 조문은 한글 전용이다.


다음은 형사소송법의 일부이다. 제54조, 제55조, 제56조, 제57조, 제58조, 제59조는 한자로 씌어 있으나 제56조의2, 제59조의2, 제59조의3은 한글로 씌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조는 같은 조 안에서도 왔다 갔다 한다. 어떤 항은 한자로 적혀 있는데 다른 항은 한글 전용이다.  제54조의 제1항제2항은 한자로 적혀 있지만 제3항제4항은 한글로 적혀 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한 항 안에서도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이다. 제54조 제2항을 보자. 전단은 "다음 회의 公判期日에 있어서는 前條의 公判期日에 關한 主要事項의 要旨를 調書에 衣하여 告知하여야 한다."로 되어 있는데 이어서 나오는 단서는 "다만, 다음 회의 공판기일까지 전회의 공판조서가 정리되지 아니한 때에는 조서에 의하지 아니하고 고지할 수 있다."와 같이 한글로 씌어 있다.



한 조 안에서도 항마다 다르고 심지어 한 항 안에서도 다르다. 어지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원래 이렇게 말과 글에 대해 무관심했나. 아니라고 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법을 정비해야 한다. 문자 사용 면에서 누더기 같은 법을 그대로 두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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