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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 또는 신용으로 출자의 목적으로 한 경우?

말인가 방구인가

by 김세중

민법, 상법, 형법은 6법 중에서도 중요한 근간을 이루는 법이다. 그 중 상법도 국가의 기본법이라 할 수 있는데 민법 못지 않게 오류가 많다. 1962년 1월 20일 제정되고 1963년 1월 1일에 시행되었으니 시행된 지 60년이 넘었다. 워낙 오래 전에 만든 법이다 보니 제정할 때 엉성한 문장이 꽤 들어 있었고 지금도 그대로다. 제222조를 보자.


제222조(지분의 환급) 퇴사한 사원은 노무 또는 신용으로 출자의 목적으로 한 경우에도 그 지분의 환급을 받을 수 있다.


'퇴사한 사원은 노무 또는 신용으로 출자의 목적으로 한 경우에도 그 지분의 환급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노무 또는 신용으로 출자의 목적으로 경우'가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나? 조사 '으로'가 연거푸 쓰였다. 그럴 자리가 아니다. '출자의 목적으로 한'은 목적어를 필요로 하는데 목적어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노무 또는 신용으로'가 나왔을 뿐이다. '노무 또는 신용'이라 해야 할 것을 '노무 또는 신용으로'라 잘못 쓴 것이다.


이런 문법에 어긋난 문장을 가지고도 입법 의도를 짐작해서 60년 동안 써 왔다. 이젠 바로잡을 때가 되지 않았나. 아직도 법조문에 말인지 방군지 싶은 문장이 있다니 잘 믿어지지 않는다. 낡은 옷은 벗어 던져야 한다. 세련되고 깔끔한 새 옷으로 갈아 입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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