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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l 13. 2023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엉뚱한 어미가 독해를 방해한다

상법도 민법 못지않게 방대한 법인데 이따금 어이없는 오류가 나타난다. 2011년 4월 14일에 신설된 제287조의8은 다음과 같다.


제287조의8(지분의 양도) 

① 사원은 다른 사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면 그 지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에게 양도하지 못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업무를 집행하지 아니한 사원업무를 집행하는 사원 전원의 동의가 있으면 지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다. 다만, 업무를 집행하는 사원이 없는 경우에는 사원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조는 유한책임회사의 내부관계에 대한 조항으로 유한책임회사의 사원을 업무를 집행하지 않는 사원업무를 집행하는 사원으로 나누면서 업무를 집행하지 않는 사원업무를 집행하는 사원 전원이 동의하면 지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제2항은 '업무를 집행하지 아니한 사원은 업무를 집행하는 사원 전원의 동의가 있으면'이라 하고 있다. 여기서 '업무를 집행하지 아니한 사원'은 '업무를 집행하지 아니하는 사원'의 잘못이다. 사원을 '업무를 집행하지 않는 사원'과 '업무를 집행하는 사원'으로 구별하지 '업무를 집행하지 않' 사원과 '업무를 집행 사원'으로 구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과 '아니하는'이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아니한'에는 과거시제 어미가 쓰였고 '아니하는'에는 현재시제 어미가 쓰였다. 문맥상 과거시제 어미가 쓰일 자리가 아니다. 엉뚱한 시제 어미가 쓰인 바람에 독해가 빙해를 받는다. '이게 무슨 뜻이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법조문은 명명백백해야 하는데 이런 사소해 보이는 오류가 조문의 뜻을 흐리는 것이다. 법조문이 문법을 어기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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