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가 정의감이 없는가
방대한 상법 조문 중에는 간혹 '이게 무슨 말이지?' 싶은 구절이 있다. 제304조와 제353조에 나오는 '그 자로부터 회사에 통지한 주소'도 그러하다.
그런데 '그 자로부터 회사에 통지한 주소'가 말이 되나? '통지한'이라는 동사의 주어가 무엇인가? 누가 회사에 주소를 통지했다는 것인가? 문맥상 '그 자'일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 자가 회사에 통지한 주소'라야 하지 않나.
누가 봐도 빤히 알 수 있는 오류가 버젓이 6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번 공포되면 법은 손댈 수 없는 성역인가. 그렇지 않다면 오류를 수정하는 일에 왜 우리는 이리도 무심한가. 법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다. 그런데 법 자체가 옳지 않다. 그럼 바로 세워야 하는 거 아닌가. 게으른 건가. 정의감이 무딘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