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잡을 것은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상법 제393조는 주식회사에 있어 이사회의 권한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그 제3항은 다음과 같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 '하여금'이라는 부사는 뒤에 '~게 하다' 또는 '~도록 하다'라는 말이 나와야 마땅하다. '하여금'이라는 말이 쓰였는데 '~게 하다' 또는 '~도록 하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은 경우란 없다. 그런데 위 조문에는 '~게 하다' 또는 '~도록 하다'라는 말이 보이지 않는다.
그것만 이상한 게 아니다. 뒤에 '보고할'이란 동사가 나오고 '요구할'이란 동사가 나온다. 그런데 '보고할'의 주어가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또 '요구할'이란 말은 '누가 누구에게 요구하다'로 쓰이는 말인데 그 '누구에게'가 보이지 않는다. 문맥상 '보고할'의 주어는 대표이사이고 '요구할'의 간접목적어도 또한 대표이사이다. 그렇다면 '대표이사로 하여금'이라고 하지 않고 '대표이사에게'라고 했다면 모든 의문이 깔끔히 풀린다.
요컨대 위 문장에서 '대표이사로 하여금'은 잘못 쓰였다. '하여금'을 쓸 자리가 아닌데 썼다. '대표이사에게'라고 했어야 한다. 잘못된 문장이지만 대충 무슨 의도로 씌었는지 짐작이 되니 그냥 그대로 내버려둬 왔다. 대충이 문제다. 이제까지는 대충 지내왔다 하더라도 계속 그래야 하나. 아니다.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