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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l 17. 2023

시제어미 바로 써야 한다

이렇게 부주의할 수 있나

형법은 민법보다 더 오래된 법이다. 1953년에 제정, 공포되었다. 민법보다 5년이나 빠르다. 그만큼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형법은 2020년 12월 대대적인 정비를 했다. 형법에 들어 있던 어려운 한자어, 일본식 표현,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 등을 알기 쉽게 고쳤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때 완벽하게 고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몇 군데에 이상한 표현이 남아 있다. 다음 제22조와 제274조를 보자.


제22조(긴급피난) ①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위난을 피하지 못 책임이 있는 자에 대하여는 전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제274조(아동혹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16세 미만의 자를 그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한 업무에 사용 영업자 또는 그 종업자에게 인도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 인도를 받은 자도 같다.


형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죄를 저지르면 그에 상응하는 어떤 형벌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즉,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단죄하는 게 형법이다. 그런데 유독 제22조와 제274조에서는 '위난을 피하지 못할 책임이 있는 자', '신체에 위험한 업무에 사용할 영업자'처럼 이미 어떤 일을 저지른 사람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사람의 행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이게 말이 되나? '위난을 피하지 못할 책임이 있는 자'나 '신체에 위험한 업무에 사용할 영업자'에서 '', '사용'은 단순한 실수에 불과하다. '위난을 피하지 못 책임이 있는 자', '신체에 위험한 업무에 사용 영업자'라고 해야 말이 된다. 그래야 시제어미를 바르게 쓴다. 


제274조에서 '사용'이 잘못되었음은 바로 이어서 '그 종업자에게 인도 자는'이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만일 '사용'이 옳다면 그 뒤에도 '인도'이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왜 앞에서는 '사용'이라 하고 뒤에서는 '인도'이라 하나. 이렇게 부주의할 수 있나.


국가의 법률은 단 한 글자라도 틀린 데가 있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한바탕 크게 손을 보았다면서 아직도 이런 오류가 남아 있다니 그저 외면하고 싶을 뿐이다. 좀체 믿어지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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