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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l 21. 2023

신문은 새것을 좋아한다

'구루'를 접하고

2023년은 인공지능인 챗GPT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해다. 물론 2022년 11월 처음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라 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세계적인 석학이 한국을 찾았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응 교수다. 중국계인 앤드류 응(Andrew Ng) 교수가 카카오에서 강연을 했고 이를 한 신문이 보도하면서 그를 'AI 세계 4대 구루'라 했다.


여기서 구루라는 말이 눈길을 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지만 구루라는 말은 없다. 다만 '빅카인즈'에서 검색을 해보면 구루는 꽤 일찍부터 우리나라 신문에서 쓰이긴 했다. 힌두교의 교사를 구루라 하는데 이 말이 영어에 들어와 guru라는 영어 단어가 영어사전에 올라 있다. 영어에서 guru는 힌두교의 교사 또는 영적 안내자를 가리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 분야의 스승과 같은 존재를 가리키는 말로 확장되어 쓰이고 있다. 아무래도 국어에서 쓰이는 구루는 인도에서 직접 들어왔다기보다는 영어에서 들어온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아직 국어사전에는 등재도 되지 않은 구루가 신문 제목에 등장하고 있다.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은 어떡하라는 말이냐. 신문은 그런 독자는 무시하는 것 같다. 모든 독자를 만족시키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유식한 독자층에 영합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구루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독자는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필자처럼 그 뜻을 알고자 애쓰는 사람은 검색을 통해 그것이 '교사, 스승'이라는 뜻을 익히게 되지만 말이다. 


필자는 40여 년 전에 대학생들의 대화에서 '노하우'라는, 나로선 생소한 말이 쓰이는 것을 듣고 좀 놀란 적이 있다. 그러나 그 후 노하우는 금세 급속도로 퍼져 지금은 조금도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외래어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구루도 그런 길을 밟지 않을까 싶다. 외래어가 늘어나는 것에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 학습의 부담을 지우기는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말의 자원을 풍부하게 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 막으려고 한다 해서 막아지지 않는다는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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