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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l 21. 2023

영계백숙

'영계'의 '영'은 무엇인가

예로부터 복날에는 영계백숙이나 보신탕을 먹는 풍속이 있었다. 더위를 이겨내는 보양식이었다. 그런데 영계백숙은 무슨 뜻일까? 어린 닭을 끓여 만든 음식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과연 국어사전에도 그렇게 뜻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영계은 무슨 뜻일까. 국어사전은 이렇게 보이고 있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왜 '영계백숙'의 ''은 한자가 아니고 한글로 씌어 있을까. ''이 한자어가 아니라면 ''은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궁금하다.


영계백숙이란 말이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쓰였는지 예전 신문을 찾아보았다. 우선 1948년도 신문의 광고에는 영계백숙이 참 많이 나온다. 그리고 다 한자 嬰鷄白熟이라 씌어 있다. 한 예는 다음과 같다.


1948년 7월 3일 경향신문 광고


광고뿐이 아니다. 1956년 조선일보 1면 정치 기사에 영계가 나오는데 한자 嬰鷄로 쓰고 있다.


1956. 5. 30. 조선일보 1면



이런 것을 보면 영계백숙영계嬰鷄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어인 일인지 국어사전은 영계백숙의 원어를 보이면서 을 한글로 적고 있다. 이 아니라고 보는 것 아닌가. 그럼 영계백숙을 영어 young에서 오기라도 했다는 걸까. 그렇게 하기엔 껄끄러우니 그냥 한글로만 적은 걸까. '영계백숙'의 원어를 보이며 ''을 한글로 적은 이유가 궁금하다. 


영계는 인간의 영아처럼 '갓난 닭'은 아니다. 과연 국어사전에서도 '영계'를 '병아리보다 조금 큰 어린 닭'이라고 하고 있지 병아리라고 하고 있지는 않다. 병아리는 백숙을 하기엔 너무 작아 먹을 것이 없다. 어리기는 해도 제법 큰 닭이다. 어찌 되었건 영계는 嬰鷄가 아닌가 한다. 그걸 굳이 영鷄라 하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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