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린랩'은 여전히 부족하다
한 회사가 사명을 크린랲에서 크린랩으로 바꾸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사 제목만 보고 '아, 크린랲이 외래어 표기법에 안 맞아서 표기법에 맞게 바꾸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사를 읽어 보니 꼭 그런 게 아니었다. Clean wrap에서 Clean lab으로 바꾸면서 한글로 랲에서 랩으로 바꾼 것이다. 물론 한글을 먼저 바꾸고 이에 따라 영어도 바꾼 건지, 영어를 바꾸면서 한글을 뒤따라 바꾼 건지는 잘 모르겠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헌법이 그걸 명시하고 있다. 기업의 경제 활동이 아주 자유롭다. 말에 관한 규범으로 외래어 표기법이 있는데 외래어 표기법은 법률도 대통령령도, 부령도 아니고 그냥 문화부 고시 사항이다. 따르지 않는다고 제재를 받지 않는다. 벌금, 과태료 그런 거 없다. 그래서 그런지 회사명이나 상표명에 표기법을 따르지 않는 게 부지기수다. 예를 들어 'ㅊ.ㅁ' 크래커라는 게 있다.(아래아를 보이지 못한 점 양해를 구한다.) 'ㅊ' 아래에 점을 찍었다. 아래아는 지금은 쓰지 않는 글자인데 그걸 썼다. 그러나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크린랲에서 크린랩으로 바꾸었다니 한발짝 나아가긴 했다. 외래어 표기법은 외래어의 받침에 ㅋ, ㅌ, ㅍ을 쓰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ㄱ, ㄷ, ㅂ을 쓰라고 돼 있다. 그래서 디스켙은 틀리고 디스켓이 맞는데 3M에서는 디스켙이라 썼다. 이번에 크린랲을 크린랩으로 바꾼 건 잘한 일이다. 외래어 표기법을 존중했다. 그러나 이왕 바꾸는 김에 클린랩이라 했다면 완벽하게 외래어 표기법에 맞았을 것이다. 크린랩은 여전히 부족하다. 하루 아침에 배 부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