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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값'에 박수를 보낸다

사전이 횡포를 부려서야 되겠나

by 김세중

한국경제신문이 '막걸리 값'이라고 제목을 뽑아 무척 안도하고 갈채를 보냈는데 다음날은 제목에 '우유값'이라고 썼다. 국어사전에 '우유값'을 찾으면 '규범 표기는 '우윳값'이다.'라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범 표기를 쓰지 않고 '우유값'을 썼다. 사전에 어떻게 돼 있는지 모를 리 없을 텐데 사전을 따르지 않은 것에 역시 갈채를 보낸다. 이왕이면 한걸음 나아가 '우유 값'처럼 띄어썼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말이다. 왜 '막걸리 값'은 띄어쓰고 '우유값'은 붙여쓰나. 띄어쓰려면 다 띄어써야 하고 붙여쓰려면 다 붙여써야 하지 않나.


규범이 오랜 세월 국민 위에 군림해 왔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규범이 부실하고 엉성한 경우도 있다.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말이 표준어이고 이는 언어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고 낯설어 하는 말이 규범이라며 국민에게 따를 것을 강요한다. 그러나 의식이 부쩍 성장했다. 신문이 부실한 규범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규범은 국민 눈높이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한번 방망이 두드린다고 그걸로 끝이 아니다. 겸허하게 되돌아보고 잘못이 있다면 인정해야 한다. 사전이 횡포를 부리다니 말이 아니다. '우유값'에 박수를 보내고 나아가 '우유 값'이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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