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일, 장소 모두 이해하기 어렵다
보이스카우트와 걸스카우트를 아울러 스카우트 운동은 영국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영국의 군인이었던 로버트 바덴파월경이 20세기초에 제창했고 곧 여러 나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1920년에 제1회 세계잼버리대회가 영국 런던에서 열렸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잼버리대회는 제2차세계대전 때 중단되었을 뿐 줄곧 이어져 왔는데 1947년부터는 4년마다 꼬박꼬박 열렸다. 지금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대회는 제25차 세계잼버리대회다.
스물다섯 차례의 세계잼버리대회는 대체로 유럽 아니면 북미에서 열렸고 아시아에서는 필리핀, 태국, 일본, 한국에서만 열렸다. 한국은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열렸는데 32년만에 다시 유치했다. 언제나 대회 기간은 열흘 내외였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개최 시기는 늘 7월 아니면 8월이었다. 12월, 1월에 개최된 때가 딱 세 번 있었는데 1987년말에 열린 제16회 시드니 대회, 1998년 12월 하순 남미 칠레에서 열린 제19회 대회, 2002년 12월 하순 태국에서 열린 제20회 대회뿐이다. 시드니와 칠레는 남반구고 태국은 열대 지역이니 12월에 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번에 8월 1일부터 12일까지 한국에서 잼버리대회가 열린 것을 탓하기는 어렵다. 늘 그래 왔으니까. 그러나 첫날부터 온열 환자가 발생해 수십 명이 구급차에 실려 가는 것을 보면서 꼭 이래야만 했을까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8월 중순만 해도 더위가 한풀 꺾이는데 왜 하필 가장 더운 8월 1일부터 12일까지였을까 싶고 또한 장소도 볕을 피할 나무 한 그루 없는 새만금 간척지인 것이 안타깝고 의아하다.
필자는 5년쯤 전 자전거로 새만금 지역을 지나면서 허허벌판 풀밭에 2023 세계잼버리 대회 개최지라 쓰인 말뚝이 박힌 걸 보았다. 그 사이에 대회 개최를 위한 준비가 착착 진행되어 드디어 지금 행사가 치러지고 있지만 작열하는 대낮의 땡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란 없다. 그저 텐트 안으로 들어가 몸을 피하는 수밖에 없는데 텐트 안이라고 시원할까. 밤엔 시원하겠지만 낮에 텐트 밖으로 나와 활동할 수 없다면, 그래서 텐트 안에서 꼼짝 없이 직사광선을 피하고 있어야 한다면 이 무슨 고생이란 말인가. 이러려고 한국에 왔나. 이런 어려움도 이겨내는 것이 스카우트 정신이라고 한다면 더 할 말이 없다.
요즘 낮에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린다. 39도까지 오른 지역도 있단다. 그런데 한국의 35도는 보통 35도가 아니다. 습해서 불쾌지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예전에 여름에 45도가 넘는 지역에 가본 적이 있다. 우즈베키스탄이었다. 그러나 그곳은 나무 그늘에만 들어가면 전혀 더운 줄을 몰랐다. 습도가 높지 않아 기온은 높아도 그저 피부가 따금따끔할 뿐 견디기 힘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35도라도 불쾌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전세계에서 온 젊은 스카우트들이 어떤 기억을 가지고 돌아갈까 걱정스럽다. 악몽 같았던 새만금잼버리였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두렵다. 이번 제25차 세계잼버리대회, 택일과 장소 모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엎질러진 물, 남은 기간엔 제발 사고가 없길 바란다. 폭염을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