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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밭

뭐는 오르고 뭐는 안 오르는 이유는?

사전 표제어가 이상하다

by 김세중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매일같이 부고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누구는 부모가 죽고 누구는 조부모가 죽었다. 또 누구는 본인이 죽고 누구는 자녀가 죽었다. 아버지가 죽으면 부친상, 어머니가 죽으면 모친상이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부친상, 모친상, 부상, 모상, 부모상, 처상만 올려 놓고 있다. 부상, 모상은 각각 부친상, 모친상과 같은 뜻이고 부모상은 부모의 상사이며 처상은 아내의 상사이다. 당장 의문이 떠오른다 조부상, 조모상, 외조부상, 외조모상, 조부모상, 외조부모상은 왜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는지? 처상은 있는데 왜 남편상은 없는지?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렇게 상사에 관해 빈약한데 우리말샘에서는 좀 늘어난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는 남편상, 본인상, 빙모상, 빙부상, 시모상, 시부모상, 시부상, 아내상, 외조모상, 외조부상, 자녀상, 자식상, 친부모상, 친상이 더 올랐다. 제법 추가가 되었지만 궁금한 것은 외조모상, 외조부상은 추가했으면서 조모상, 조부상은 왜 여전히 올리지 않았는지이다. 뜨악하다. 빙모상, 빙부상은 올렸으면서 장모상, 장인상이 안 오른 것도 의아하다.


둘러 보면 이들 외에도 가까운 사이에 있는 이의 죽음이 많다. 형제자매가 죽기도 하고 백부, 숙부가 죽기도 한다. 왜 이들의 상사를 가리키는 말은 사전에 없나? 그들의 상사를 가리키는 말 자체가 쓰이지 않아서일까? 아니다. 조부상, 조모상, 백부상, 숙부상은 필자가 어렸을 때부터 들어 왔던 말이다. 그런 말이 국어사전에 없다.


언어생활은 사전에 의존해서 하지 않는다. 말이 먼저 있고 사전이 그것을 담는다. 그런데 사전이 말을 담는 데에 부주의한 경우가 많다. 게으르고 태만하다. 부고 기사에서 형님상이란 말을 듣고 사전을 찾아보지만 사전에는 없다. 형님상이 사전에 오르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럴 리가 없다. 살다 보면 동생, 아우가 먼저 죽기도 하고 조카, 조카딸이 먼저 죽는 일도 있다. 사전을 만드는 책임을 진 이들은 말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그럴 의무가 있다.



c.png '형님상'이 국어사전에 없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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