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우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한국은 극동의 귀퉁이에 있는 작은 나라지만 세계의 중심에 섰던 적이 여러 차례 있다. 국제적인 행사를 치러냄으로써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던 적이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행사는 물론 1988년 서울올림픽이다. 서울올림픽이야말로 한국을 세계에 꽤나 널리 알린 역사적 이벤트였다. 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것은 1981년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IOC총회에서였는데 1981년의 한국은 어땠나? 후진국에서는 벗어났다고 하겠으나 선진국은 요원했던 때였다. 그랬지만 한국은 맹렬한 유치 활동을 벌인 끝에 일본 나고야를 누르고 하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2002년에는 일본과 함께 월드컵축구대회도 공동 개최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이전인 1993년에는 대전에서 엑스포도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2012년에는 여수에서도 역시 엑스포를 개최했다. 전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왔다. 2011년에는 대구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렸고 2018년에는 평창에서 동계올림픽도 열렸다. 또한 1997년에는 무주, 전주에서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2015년에는 광주에서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아시안게임과 같은 아시아 행사는 이미 여러 차례 열렸다.
이렇게 숱한 국제 행사를 훌륭하게 치러낸 한국이 2023년 여름 새만금에서 아주 죽을 쑤고 있다. 세계잼버리대회 초반에 영국, 미국, 싱가포르 대표단이 철수했다. 분위기가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K팝 공연 일정도 바뀌었단다. 뒤죽박죽이 아닌가. 현대, 삼성, LG 같은 대기업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 조계종이 전국의 여러 사찰을 제공하기로 했고 다른 지자체에서 지원을 베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미 체면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어쨌든 불완전하나마 남은 일정이 그럭저럭 진행되고 있지만 불안불안하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국제행사 유치 소식이 날아들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가톨릭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행사 폐막식에서 차기 개최지는 대한민국 서울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세계청년대회는 전세계의 가톨릭 청년들이 2년 또는 3년마다 어느 곳에 모여 우의를 나누고 뜻을 모으는 행사다. 198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제안하여 시작된 행사인데 2027년에는 서울에서 행사를 하기로 했다. 이 어찌 반갑지 않은가.
그동안 가톨릭 세계청년대회는 주로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서 열렸다. 가톨릭이 강한 지역에서 행사가 있어 왔다. 아시아에서는 오직 필리핀에서 한 번 열렸을 뿐이다. 그런데 4년 뒤 한국이 이 행사를 치르게 된 것이다. 수십만 명이 한국을 찾을 거란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새만금의 참사를 보면서 걱정이 드는 걸 어쩔 수 없다. 물론 세계청년대회는 사회적 인프라가 탄탄한 서울에서 하게 되니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새만금과 같은 최악의 장소가 아니다. 아무쪼록 관계 기관이 착실히 준비해서 이번에 감점한 한국의 이미지를 2027년에는 말끔히 회복하고 대회를 훌륭하게 치르길 소망한다. 더불어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도 성공하길 바란다. 한국은 이번 잼버리 대회에서 아주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