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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냇동생'을 생각한다

사이시옷 참상

by 김세중

살아오면서 '막냇동생'이라는 표기를 보게 된 건 거의 오십이 되지 않아서가 아닌가 한다. 명색이 언어학을 전공하고 국어를 다루는 기관에 몸 담아 온 사람이 국어사전에 '막냇동생'이라 돼 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어느 순간 우연히 '막냇동생'이라는 표기를 접하고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과연 그렇게 돼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망내]이라는 발음만 들어보았지 [망내]이라고 발음하는 걸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동생'이라 적는다는 건 발음이 [망내]이라는 거다. 당혹감을 금할 수 없었다. 그래서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막내'가 붙은 다른 말들은 어떻게 돼 있나 하고. 그랬더니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막내딸', '막내며느리', '막내아들', '막내아우', '막냇사위', '막냇삼촌', '막냇손자', '막냇자식'이 '막내'가 붙은 합성어로 올라 있었다. '막내아들', '막내아우'야 '아들', '아우'가 모음으로 시작되는 명사이니 '막냇아들', '막냇아우'라고 적어야 할 이유가 처음부터 없고 '막내딸'은 ''이 된소리로 시작되는 말이기 때문에 또한 '막냇딸'이라고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나머지는 '막내며느리', '사위', '삼촌', '손자', '자식'인데 '막내며느리'만 빼고는 모두 '막냇동생'에서처럼 사이시옷이 들어 있다. 그렇다면 먼저 떠오르는 의문은 왜 '막내며느리'는 '막냇며느리'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망내싸위], [망내쌈촌], [망내쏜자], [망내짜식]이라고 과연 사람들이 발음하느냐 하는 의문은 일단 덮어 두더라도 말이다. [망내싸위], [망내쌈촌], [망내쏜자], [망내짜식]이 표준발음이라면 [망낸며느리]가 표준발음이어야 하지 않은가. 그래서 표기는 '막냇며느리'여야 하지 않은가.


이런 이해하기 어려운 발음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사전 표제어 자체에도 의문이 있다. '막내동서', '막내고모', '막내이모'는 왜 국어사전에 없는가. '막내동서'라는 말은 쓰이지 않아서 사전에 올리지 않았을까. 난 많이 들어봤는데... 막내고모, 막내이모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들 말을 사전에 올리면서 '막냇동서', '막냇고모'라 국어사전에 오를까봐 미리 더럭 겁이 난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국어사전에 올리지 않는 게 좋겠다. '막내동생', '막내고모'라 쓸 수 있게 말이다. 어떤 근거에서 [망내똥생], [망내싸위], [망내쌈촌], [망내쏜자]를 표준발음으로 인정했는지 알 길이 없다. 한글맞춤법에 따르면 그렇게 발음할 때만 '막냇동생', '막냇싸위', '막냇삼촌', '막냇손자'라고 표기할 수 있지 않나.


자녀를 하나 낳는 게 보통이고 둘을 낳으면 신통하다고 하는 세상에서 '막내'라는 말은 차츰 쓰임이 줄어들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외동아들, 외동딸인 세상에서는 '외동'이란 말도 필요 없어질 테고. 그러나 그건 먼 미래의 일이고 아직은 '막내'가 펄펄하게 살아 있다. 표준발음이 [망내]이므로 '동생'이라 적어야 한다고 들이미는 세상에서 산다는 게 슬프다. 도대체 누가 이런 횡포를 부리기 시작했나. 뿌리를 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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