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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한번 안 타고 세계여행한 남자

덴마크인 페데르센

by 김세중

일전에 매우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 전세계 모든 국가를 여행한 사나이에 관한 기사였다. 덴마크 사람 토르비에른 페데르센(Torbjørn C. Pedersen)이라는 이였다. 1978년생인 그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 전세계를 다 돌아보리라 하고 2013년 10월 여행을 시작했단다. 4년이면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단다. 더구나 2020년에는 코로나를 만나 홍콩에서 여행을 중단해야 했다고...


그러나 다시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고 몰디브를 마지막으로 방문하고 지난 7월 26일 고국인 덴마크의 오르후스에 도착함으로써 3,512일에 걸친 대장정을 무사히 마쳤다. 10년 가까운 세월 203개국을 방문했고 한 나라당 평균 17일간 머물렀다고 했다. 이동한 거리는 35만9천km... 그의 행적이 과연 기네스북에 오를지 주목된다.


사실 얼마 전 그의 소식이 처음 보도되었을 때 긴가민가했다. 의구심이 들었다. 모든 국가를 다녔다면 그는 북한도 갔다는 말인가. 북한이 과연 그의 방문을 허용했을까. 그런데 며칠 뒤 더 자세한 기사에 그는 기차를 타고 압록강을 건너 중국에서 북한으로 갔고 판문점까지 다녀갔다는 기사를 읽고 이게 사실이라면 그가 203개국을 방문했다는 것을 믿어도 되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여전히 궁금하다. 과연 북한이 그가 북한 여러 지역을 여행할 수 있도록 했는지 의구심이 남기 때문이다. 북한이란 나라는 외국인이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며 늘 북한 가이드와 함께 다녀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그는 예외였을까.


어쨌거나 그가 비행기를 타지 않고 전세계 203개국을 다녔다니 여간 놀랍지 않다. 치안이 불안한 나라가 세계 곳곳에 있는데 그가 한 나라도 빼놓지 않고 다 갔다니 어찌 놀랍지 않나. 두드리면 열린다는 믿음으로 어떤 험지든지 마다 않고 들어갔을 것이다. 과연 그의 고백에 따르면 비자 받는 게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몇몇 나라가 그에게 입국에 시련을 안겨준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다 극복했다.


203개국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해서 203개인지 궁금하다. 왜냐하면 유엔회원국은 193개국, IOC에 가입된 국가올림픽위원회(NOC)는 206개(2021년 현재), FIFA 회원국은 211개(2021년 현재)이기 때문이다. 203개국에 유엔회원국 193개국은 당연히 다 들어 있을 것이다. 나머지 10개국은 어떤 나라들일까. 대만팔레스타인, 코소보는 포함되어 있으리라. 홍콩, 마카오를 별개의 국가로 간주했을까. 잘 모르겠다. 그가 이제 자신이 한 10년간의 여행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든다니 그게 나오면 자세한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기대된다.


1978년 12월생이라는 토르비에른 페데르센이라는 인물이 나를 강하게 자극한다. 그는 배, 기차, 자동차 등을 이용해 지구촌을 이동했을 것이다. 오토바이를 몰지는 않았는지, 자전거를 타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30대 중반에 시작한 여행이 40대 중반에 끝났다. 덴마크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캐나다와 미국에서도 살았다는 그는 이미 젊었을 때부터 해외 경험이 많았다 한다. 그랬으니 전세계를 돌아보겠다는 꿈을 꾸었을 것이고 결국 그는 해냈다.


어렸을 때 '80일간의 세계 일주'라는 책을 읽은 경험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었었다. 그 소설 속의 여행은 교통 수단이 낙후했던 시절 부리나케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여행이었지만 페데르센의 여행은 느긋하게 찬찬히 세계 곳곳을 뚜벅뚜벅 둘러보는 여행이었을 것이다. 인생을 80이라고 볼 때 그는 1/8을 그 여행에 쏟았다. 후회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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