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켓팅?
한 일간지의 제목에 큼직하게 ''피켓팅'에 지쳐 매크로 썼다간 '낭패''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피켓팅'이 뭐지? 금세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기사를 읽어 본 연후에야 '피켓팅'은 '피 튀기는 경쟁과 같은 티켓팅'을 줄여서 이르는 말임을 알았다. 이런 해설이 없다면 이게 무슨 말인지 어떻게 알까. 해설이 있지만 도무지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인기 공연의 관람권을 인터넷으로 구매할 때 매크로를 써서 표를 사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아예 다량을 확보해서 웃돈을 얹어서 팔고자 그렇게 하는 사람들도 있겠고 그런 뜻은 아니지만 표를 확보하기 어려우니 매크로를 이용해서 표를 사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런 행위는 관련 법에 따라 처벌당할 수도 있다는 기사였다.
어디까지가 범죄고 어디까지가 합법인지는 사법당국이 판단할 일이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별 일이 다 일어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 과연 그렇다. 그러나 나는 것도 잘 날아야지 잘못 날다가는 전과자가 되는 수가 있다. 머리를 쓰더라도 법을 지켜가며 써야겠다.
그런데 이 기사를 읽으면서 엉뚱한 데 시선이 꽂혔다. '피켓팅'이 그것이었다. 왜 '피케팅'이 아니고 '피켓팅'인가. 영어 철자가 ticketting으로 t가 두 번 나오니까 앞 음절의 받침에 'ㅅ'을 써주고 이어서 'ㅌ'으로 시작하나?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없으나 '피켓팅'이 '피+(티)켓팅'이라면 '티켓팅'은 '티케팅'이라 적어야 하지 '티켓팅'은 외래어 표기법에 맞지 않다.
외래어 표기법은 '철자'에 근거해서 한글 표기를 하지 않는다. 원어의 '발음'에 근거해서 한글 표기를 한다. ticketting의 발음은 [tiketing]이지 [tiketting]이 아니다. 따라서 '티케팅'이지 '티켓팅'이 아니다. 마케팅이지 마켓팅이 아닌 데서도 알 수 있다. '피켓팅'을 보면서 '피 튀기는 티켓팅'을 줄인 말이라는 데서도 놀랐지만 '피케팅'이 아니고 '피켓팅'인 데서도 놀랐다. 개인이라면 몰라도 사회적 책임이 있는 언론사라면 표기법을 준수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표기법을 몰라서 지키지 않았나, 알면서도 지키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