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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걸리기

만용을 부렸다

by 김세중

이번에 코로나에 걸리기 전에는 한 번 코로나에 걸린 적이 있었다. 작년 3월에 코로나 검진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1주일 격리가 엄격하던 때여서 꼼짝 않고 집에서 1주일을 보냈다. 그러나 그땐 증세는 심하지 않았다. 확진을 받아서 집에서 지냈을 뿐 별 힘든 줄 몰랐다. 그렇게 기억한다. 이번엔 달랐다.


돌이켜 보니 지난 월요일(14일) 아니면 화요일(15일)에 감염이 된 것 같았다. 왜냐하면 코로나 감염자였던 누나와 14일 오후 같은 고속버스를 타고 울산으로 친척 문상을 위해 같이 갔었고 다음날인 15일 오후에는 서울로 올라오면서 승용차 뒷 좌석에 나란히 앉아서 몇 시간을 보냈으니까. 고속버스에서는 우등고속의 앞뒤 좌석에 앉아서 왔기에 그때 걸린 것 같지 않고 이튿날 승용차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 나누며 오다가 감염이 되지 않았나 싶다.


잠복기가 있어서 그랬나 16일인 수요일엔 아무 증세가 없었다. 17일인 목요일에 뭔가 조금 기척이 느껴졌으나 심하지는 않았다. 18일인 금요일에야 비로소 몸이 조금 무거움을 느꼈다. 기침도 났다. 그리고 누나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본인이 코로나에 확진됐고 몸이 몹시 아프니 너도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약국에 가서 2회분 검사 키트를 샀다. 코에 깊이 찔러 넣고 용액에 담가 흔든 뒤 용액을 검사대에 떨어뜨리니 잠시 후 C에 금이 생기고 T에는 금이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음성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한참을 뚫어지라 쳐다보니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선이 생기는 게 아닌가. 이게 뭔가 심상치 않았다.


금요일 저녁에 다시 누나로부터 검사를 해보았느냐는 독촉 전화가 왔다. 자가 검사만으로는 믿을 수 없으니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이튿날인 토요일 오전 안 되겠다 싶어 동네 병원을 찾아갔다. 사실 검사 방식은 집에서 하는 것과 똑같았다.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의사가 선언했다. "양성입니다." 비록 줄이 희미했지만 의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희미한데 어찌 양성인 걸 아냐고 물으니 웃으며 "어디 한두 번 해봤어야죠" 하고 물으나마나라는 듯이 확실히 양성이라고 했다. 처방전을 받아 약국으로 갔고 나흘치 약을 받아왔다.


증세는 토요일부터 심해졌다. 일요일엔 극심했다. 주로 기침이었고 콧물도 함께 왔다. 다행히 남들이 겪는다는 고열, 가래, 식욕 부진, 두통, 목의 통증 등은 없었다. 일요일 밤에는 절정에 이르렀고 목구멍까지 아팠다. 기침, 콧물, 재채기, 목 통증까지 4종 세트였다. 그 중 기침이 제일 심각했다. 그러나 월요일 아침부터 고통은 완화되었고 몸이 개운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아직은 기침이 남아 있다. 폐 깊숙이 염증이 생긴 모양이다. 남은 약을 다 먹으면 완치되리라 기대한다.


지난 3월 20일에 보건 당국은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해제했다. 그때 난 즉각 마스크를 벗어 던졌다. 그 후로도 몇 달 동안이나 지하철을 타면 승객의 반 이상이 마스크를 끼고 있었고 그걸 보며 '왜 저러나' 했는데 이제야 비로소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구나 느낀다. 지난 며칠 날카로운 기침에 혹독하게 시달린 끝에 말이다. 방심했다가 된통 당했다.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나 폐는 이미 꽤 손상됐을 것이다. 그간 만용을 부렸음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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