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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버 맥도널드

그가 미국의 삼엄한 교도소 내부를 보여주다

by 김세중

유튜브란 게 참 신통하다. 내가 유튜브에서 검색하는 거 말고 다른 사이트, 이를테면 구글이나 심지어 네이버에서 검색하는 것까지도 유튜브가 알고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내가 어디선가에서 검색한 거에 관한 동영상을 내밀곤 하니 말이다.


어쩌다 외국의 감옥에 대해 검색한 적이 있었는데 유튜브가 갑자기 미국의 여자교도소에 관한 동영상을 보여 주었다. 1시간 반짜린데 흠뻑 빠져들어 끝까지 다 보았다. 인디애나주에 있는 인디애나여자교도소와 록빌교도소의 내부를 동영상은 보여주었다. 그리고 깊고 깊은 교도소 내부를 보고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얼마 전 세계 최악의 열악한 감옥들을 본 적이 있었는데 이 두 미국의 교도소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경비는 삼엄했지만 규율이 잡혀 있었고 재소자들은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는 받고 있는 듯이 보였다.


정작 내가 놀란 것은 이 엄청나게 강력한 보안을 유지하는 교도소에 인터뷰어가 들어가서 내부를 촬영하고 재소자와 인터뷰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해서 가능했을까. 인터뷰어에 대해 알아보니 그제야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교도소에 들어가 재소자들을 만나도록 허용된 이는 영국의 언론인 트레버 맥도널드경이 었다. 그는 1970년대 초부터 방송을 시작해 차분하고 신뢰감을 주는 진행으로 신뢰와 명성을 쌓고 드디어 1999년에는 영국 여왕으로부터 훈장을 받고 작위의 지위까지 얻었다. 그 경(卿, Sir)이라는 지위가 미국의 교도소까지 출입을 허용하도록 하지 않았나 싶다. 아마도 대단히 예외적인 허용이었을 것이다.


트레버 맥도널드는 1939년 카리브해의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태어났고 영국에서 활동한 영국인이다. 그의 인터뷰 이력은 화려했다. 남아공에 들어가 넬슨 만델라를 만나는가 하면 리비아의 카다피, 이라크의 후세인도 만나서 인터뷰했다. 후세인을 인터뷰한 영국 언론인은 그가 유일하단다.


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남기고 명성을 쌓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평생이 한결같아야만 이룰 수 있는 일이다. 트레버 맥도널드는 그걸 했다. 그 결과 삼엄하기 이를 데 없는 미국 교도소 내부에 들어갔고 그 내부에서 촬영한 것이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전 세계에 공유됐다. 트레버 맥도널드에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편안한 자세로 어두운 과거를 털어놓는 미국 여성 장기수의 얘기를 들으면서 감정이 복잡해졌다. 트레버 맥도널드가 참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 꼼짝없이 갇혀 살지만 인간적 대우를 받고 있는 듯이 보이는 미국 재소자들,...... 엘살바도르의 끔찍한 교도소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나라가 다르면 교도소도 이리도 다르구나 싶었다.


https://youtu.be/3b4kRFqxj9o

c.jpg 트레버 맥도널드의 자서전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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