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교에 산이 많은 건 복이다
일주일만에 다시 백운산을 찾았다. 지난주에는 반딧불이화장실에서부터 걷기 시작해 상광교 버스 종점에서 통신대헬기장 쪽으로 향했다가 도로 공사로 등산로가 폐쇄돼 다시 버스 종점으로 와 계곡을 따라 절터약수터를 지나고 광교산 능선에 올라 백운산 정상에 다다랐고 하산은 백운사로 내려왔다. 오늘은 의왕시 오전동에서 출발해 오전저수지를 지나 백운산 정상을 향했다.
이 코스는 무척 한적했다. 등산객을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도중에 희한한 구경을 했다. 출퇴근길에 전동휠을 타고 거리를 누비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등산로에서 전동휠을 타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경사지고 울퉁불퉁한 산길에서 어떻게 전동휠을 탈 수 있는지 기술에 감탄했다. 오전저수지에서 백운산 오르는 길은 워낙 한적하니 전동휠을 타지 등산객이 많은 코스에서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길을 오르다 네 방향으로 갈라지는 지점에 이르러 벤치에 쉬고 있는데 마침 산악자전거 일행이 도착했다. 그들은 각자의 장비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옆에서 들어보니 별 장비가 다 있다. 자전거에 위치추적기를 다는 건 보통인 듯싶었다. 도둑이 훔쳐 가도 꼼짝 마라다. 자전거팀은 하산을 하고 나는 정상을 향했다. 그리 경사가 심하지 않은 편이었으나 막판에 계단이 많아 애를 먹었다. 계단은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장점은 노면이 울퉁불퉁하지 않다는 점, 단점은 단조롭고 힘이 든다는 것이다. 악전고투 끝에 백운산 정상에 올랐다. 이곳에서 서쪽을 내려다보는 전망은 참 시원하다. 다만 오늘은 지난번보다는 날이 좀 흐렸다.
정상 부근 벤치에서 쉬고 있는데 한 등산객이 내게 다가와 가래떡을 들어 보라며 권해서 감사히 받았다. 쫀득쫀득하다. 그는 수원 고등동에 사는데 백운산까지 걸어왔다고 했다. 대단하다. 팔달산, 장안문을 지나고 광교산을 오른 뒤 백운산까지 온 건데 왕복 9시간 걸린다 했다. 엄청난 운동량이다.
지지대고개로 내려갈 생각을 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통신대헬기장 부근에 너른 쉼터가 있어 많은 사람이 쉬고 있었다. 하산길을 재촉하는데 경사가 완만하고 게다가 고요하기까지 하니 걷기에 더없이 좋다. 그런데 그만 길을 잘못 들고 말았다. 지지대고개로 가려면 광교헬기장에서 그쪽 가는 길을 타야 하는데 그만 지나치고 말았다. 한참을 가다 앱을 켜서 보니 엉뚱한 데로 가고 있지 않은가. 되돌아갈까 하다가 그냥 그대로 가기로 했다. 지지대고개를 포기했다.
등산을 하다 보면 갈림길을 자주 만난다. 표지판이 있는 데는 문제가 없는데 아무 표지가 없는 데도 많다. 그런 갈림길은 어느 쪽으로 가도 잠시 후 만나는 곳도 있지만 어떤 갈림길은 만나지 않고 점점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된다. 아무튼 광교헬기장 부근에서 지지대고개 가는 길을 놓쳤고 수원 파장동쪽으로 내려왔다. 원치 않던 곳으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자주 자주 앱을 봐야 한다. 그래서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 늦게야 앱을 보았다.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까지 왔기에 그만 예정한 곳이 아닌 딴 데로 내려왔다. 지지대고개 방향으로 가는 건 다음으로 미뤘다. 수원에 광교산, 백운산이 있다. 물론 백운산은 의왕, 용인에도 걸쳐 있다. 서울에도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청계산, 수락산, 불암산 등 명산이 많지만 수원에도 버금가는 산이 있다. 수도권 곳곳에 이런 산들이 있으니 여간 다행이지 않다. 복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