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밭

사랑스러운 결혼생활?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하지 않아야

by 김세중

배우 휴 잭맨이 27년간의 결혼생활을 청산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13살 연상의 부인과 헤어지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입양한 두 자녀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그런 게 아니고 이를 보도한 기사에 나오는 '훌륭하고 사랑스러운 결혼생활'이라는 표현이었다.


뜨악했다. 훌륭한 결혼생활은 좋은데 사랑스러운 결혼생활은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생활이 사랑스럽다니? 결혼생활이 사랑스럽기도 하나? 내 한국어 지식으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휴 잭맨과 부인이 도대체 영어로 뭐라 했는지 찾아보았다. 다음과 같았다.


“Our journey now is shifting and we have decided to separate to pursue our individual growth,” the former couple’s statement said, noting that they had been “blessed” to share almost three decades together in “a wonderful, loving marriage.”


'loving marriage'를 '사랑스러운 결혼생활'이라고 번역했다. loving이 '사랑스러운'이 맞나? 그런 뜻인가? 내 생각에는 번역이 잘못됐다. '다정한 결혼생활'이거나 '달콤한 결혼생활'쯤이어야 했지 않나 싶다. '사랑스러운'은 사람이나 동물에게나 쓸 수 있는 말이지 '생활'에 대해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뉴스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세상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말은 바르게 해야 한다. 단어 하나 하나 신중하게 골라 써야 하겠다.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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