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혼란상
연합뉴스는 시사 뉴스만을 싣지 않는다. 흥이라는 코너는 맛집을 곧잘 소개하는데 꽤나 유익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애용하고 있다. 엊그제 '진리의 겉바속촉, 서울 돈카츠 맛집 5곳'이라는 기사가 올랐다. 돈가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귀가 쫑긋할 만한 기사라 여겨진다.
그런데 제목의 돈카츠에 시선이 미쳤다. 돈카츠가 뭐지? 돈가스나 돈까스는 많이 봐 왔지만 돈카츠는 생소하다. 그냥 부주의나 실수인가? 기사를 읽어 보니 그런 것 같지 않았다. 작심하고 그렇게 쓴 것 같았다. 기자는 일본식 음식은 돈카츠, 한국 경양식은 돈까스라 적고 있었다. 제조 방식과 맛이 다른 만큼 아예 한글로 다르게 적었다.
과연 일본식 돈카츠와 한국식 돈까스는 제조 방식과 맛이 어찌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기자가 보기엔 뚜렷하게 구별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일본식은 돈카츠, 한국식은 돈까스라 부르고 적는 게 정당화될 수 있나?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구별은 어디서 기원하는가? 더구나 국어사전에는 돈카츠는 물론 없고 돈까스도 없다. 돈가스를 표준으로 올려 놓고 있다. 이쯤 되면 공황이다.
표준화가 필요하고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 돈가스가 표준이라 사전에 돼 있으나 왜 사람들은 돈가스를 쓰지 않나. 돈까스라 하나. 발음할 때 돈가스라 발음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돈까스라 하지... (혹시 백 명의 한 명쯤은 돈가스라 발음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 만 명의 한 명쯤...)
그런데 실제로는 돈까스보다는 돈까쓰라 발음하는 게 보통일 것이다. 그러니 발음대로 적는다면 돈까쓰라 적는 게 맞겠다. 돈가스냐 돈까스냐 돈까쓰냐? (아니면 돈가쓰냐.) 된소리 쓰기를 철저히 배제한다면 돈가스다. 발음대로 적자는 주의라면 돈까쓰여야 한다. 발음은 돈까쓰니까. 누가 내게 의견을 묻는다면 난 돈까스라고 답하겠다. 어쩌다가 연합뉴스 기자가 한국 경양식에 쓴 것과 일치하게 됐지만 그게 대중이 가장 널리 쓰는 철자가 아닐까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