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는 허구다
출근하다 동네 플라워카페에서 길에 내건 간판과 마주쳤다. 천에다 쓴 것이니 간판은 아니고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현수막도 아니고... 그런데 광고 문구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난 지금 커피가 땡긴다"였다. 커피 애호가들을 자극하고도 남을 문구다. 그런데 호기심이 생겼다. '땡긴다'가 사전에 올라 있을까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땡기다'는 사전에 올라 있긴 했지만 방언이라 되어 있었다. 방언이란 뭔가. 표준어가 아니란 뜻이다. 쉽게 말해 사투리라는 것이다. 그럼 어느 지역 사투리인가. 사전에는 '강원, 경상, 전라, 충청, 평안, 중국 길림성, 중국 요령성, 중국 흑룡강성'의 사투리라 돼 있었다. '강원, 경상, 전라, 충청, 평안'까지는 그렇다 쳐, '중국 길림성, 중국 요령성, 중국 흑룡강성'은 또 뭐냐. 조사해 봤나. 그리고 '강원, 경상, 전라, 충청'이면 서울, 경기, 제주 빼곤 전국 다가 아닌가. 거의 전국적으로 쓰인다는 거 아닌가. 그러나 무엇보다도 서울, 경기 사람들은 '땡기다'를 안 쓴다고? 그걸 믿기 어렵다.
너무 오래 표준어-방언 구별이 우릴 지배해 왔다. 아니 언중의 의식 속엔 없는데 어문 당국과 국어사전이 그걸 고집하고 대중에게 따르라고 강요해 왔다. 그리고 '땡기다'를 표준어가 아니고 방언이란다. 우습다. 그리고 기가 차다. 표준어와 방언의 이분법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땡기다'가 서울, 경기,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쓰이는 방언이라고? 서울, 경기에선 '땡기다'를 안 쓴다고? 천만의 말씀이라 생각한다. 사전을 믿지 못하겠다. 횡포가 지나치다고 본다. 난 "커피가 당긴다."라고는 죽어도 못하겠다. 아나운서도 그렇게 말하지는 않을 거 같다. 표준어는 허구다. 강요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