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이 관용을 이기려 해서는 안 된다
중국 충칭에서 50대 형제가 89세 노모를 병원으로 모시고 갈 때 바구니에 태워서 간다는 기사가 중국 신문에 났고 이 미담은 한국 신문에까지 보도됐다. 차를 타면 노모가 멀미를 해서 직접 등에 태워 다닌다는 것이다. 공자, 맹자의 나라 중국에 요즘은 흉흉한 일이 많은데 이렇게 훈훈한 이야기가 있어 중국과 한국의 독자들을 감동케 했다. 그런데 이를 보도한 우리나라 신문에 기사의 표기에 시비를 거는 댓글이 달렸다.
이들 형제는 다른 도시에서 살다가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충칭으로 이사 와서 국수 가게를 열었다고 한다. 원래 기사는 "고향인 충칭으로 돌아와 국수집을 열었다."라고 돼 있었고 이를 본 독자가 국수집이 뭐냐, 국숫집이라야 한다며 표준국어대사전과 한글맞춤법 제30항을 끌어댔다.
한 독자가 이렇게 기사의 잘못(?)을 꾸짖었지만 대댓글에서 그는 지지받지 못했다. 대댓글에는 사이시옷을 너무 많이 쓰게 하는 한글맞춤법이 문제라는 지적과 사이시옷이 난무하는 것을 한탄하는 내용이 올랐다. 심지어 '그냥 소리 내어 표현하는 (것은) 동물이나 다름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처음 댓글을 단 이는 점잖게 기사의 잘못을 지적했지만 오히려 역공만 당한 셈이다.
그런데 이런 독자들 사이의 공방에 대응하는 신문사의 조치가 놀랍다. 원래 기사가 분명 국수집으로 돼 있었을 텐데 슬그머니 국수 가게로 바꾸었다. 국수집과 국숫집의 싸움에서 아예 벗어나는 방편으로 국수 가게를 택했다. 여간 웃픈 일이 아니다. 국수가게로 붙여쓰면 또 어떤 사람이 왜 국숫가게로 쓰지 않느냐고 할까봐 그랬는지 국수 가게로 띄어썼다.
맞춤법은 언어생활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있는 것인데 오히려 언어생활을 옥죄고 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규칙을 피해야 한다. 규칙이 있으면 얽매이게 된다. 규칙이 없어야 우리 언어생활이 편리해진다. 왜 기자는 애초에 국숫집으로 쓰지 않고 국수집으로 썼을까. 그게 눈에 익어서가 아니겠는가. 눈에 익은 대로 쓰면 된다. 규칙이 관용을 이기려 해서는 안 된다. 미욱한 규칙이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