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라니!
국가보안법이 있다. 1948년 12월 1일에 제정, 공포된 아주 오래된 법률이다. 그런데 역사가 오래서 그럴까. 낯설고 생소한 표현이 눈에 띈다.
제2조에 나오는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이라는 문구를 보는 순간 "이게 뭐지?" 하는 느낌이 들었다. '변란할'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변란'이라는 명사는 들어 봤어도 '변란하다'라는 동사는 들어본 적이 없다. 당연히 국어사전에도 '변란'만 있을 뿐 '변란하다'는 없다.
왜 이런 희한한 말이 법조문에 들어 있을까 궁금해서 법률의 연혁을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이 법률이 1948년에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라는 말이 들어 있었다. 제1조는 다음과 같았다.
당시에 한자로 적혀 있었는데 한글로 옮기면 이렇다.
1948년 무렵에는 '국가를 변란하다'가 자연스러웠을까? 그래서 법률에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라는 표현이 들어갔을까? 당시에 살아보지 않았으니 알기 어렵다. 그때도 쓰이지 않았던 말인데 당시에 잘못 썼다고 보지만 설령 당시에는 쓰였기 때문에 들어갔던 말이라 하더라도 이후에 쓰이지 않게 되었다면 바꾸어야 하지 않나. 어찌 지금 쓰이지 않는 말이 법률 조문에 들어 있나?
자꾸 보다 보면 익숙해져서 이상한 줄을 모르게 된 걸까. 나는 법률 분야 사람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잘못을 바로잡고자 하는 태도나 자세가 결여된 사회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또 앞으로 언제까지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같은 골동품 같은 표현이 남아 있게 될까 궁금하다. 도대체 이 무슨 변고인가. 꿈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