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밭

가이드가 여행을 지배한다

스마트한 가이드를 보고 싶다

by 김세중

해외여행에 패키지여행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한두 번 있었던가. 내 여행 스타일에 안 맞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행이 열 명이었고 가이드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행 중 한 사람의 고향 후배가 현지에서 가이드를 하고 있어서 그에게 의탁했는데 아는 사람이 웬수라고 주선한 친구 때문에 불만을 표출할 수도 없고 마음고생을 은근히 했다.


그는 가이드 치고는 연령이 좀 많은 편이었다. 1965년생이었으니까. 은퇴할 때도 됐건만 열심히 활동 중이었다. 나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것은 좋다. 그런데 가이드의 내용과 품질이 문제였다. 그의 설명은 지루하고 진부했고 심지어 오류가 많았다. 일테면 이런 거였다. 어느 사찰 방문을 앞두고 갑자기 일행을 향해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부처님이 태어나신 곳이 어딘지 아십니까?" 아무도 대답을 않기에 내가 답했다. "네팔요." 그랬더니 그가 "뭐라구요? 틀렸습니다. 인도입니다." 하는 게 아닌가.


그는 부처님이 네팔에서 태어났다는 게 금시초문인 모양이었다. 그래서 당당히 틀렸다고 했던 것이다. 2,500년 전에 인도와 네팔의 구별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2,500년 전 상황은 잘 모르겠고 부처남 탄생지인 룸비니는 지금 네팔에 있다. 비록 부처님이 활동했던 많은 유적지는 지금 인도 땅에 있지만 말이다. 요컨대 가이드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제일 많이 아는 양 관광객들에게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일행을 가장 당혹하게 했던 건 자기 개인사를 마구 늘어놓는 것이었다. 이제껏 직업을 서른여덟 번 바꾸었다느니 아들만 둘을 뒀는데 딸이 없어서 아쉽다느니 도무지 우리 일행의 관심사가 전혀 아닌 일을 마구 늘어놓아 괴롭기 짝이 없었다. 즐거워야 할 여행이 가이드로 인해 계속 괴로웠다. 자기를 한껏 낮춰야 할 가이드가 마치 자기가 주인공인 양 고객이 원치 않는 이야기를 자꾸만 했다.


게다가 말투까지 거슬렸다. 어느 관광지를 들르든 그는 늘 "지금부터 0시간을 드리겠습니다. 00분을 드리겠습니다." 했다. 말끝마다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하니 시간이 우리 것이지 자기 것을 나누어 주는 건가. 왜 좀 "지금부터 몇 분 뒤인 00시 00분까지 꼭 모여 주셨으면 합니다." 하고 공손하게 말하지 못하나. 시간은 그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게 아니다.


결정적이었던 건 매 끼니 때마다 먹고 싶은 음식과 식당을 정해서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알려주면 예약은 자기가 하겠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현지 사정을 어떻게 안다고 우리 보고 음식과 식당을 정하라는 건가. 우리가 만족할만한 식당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그리로 데려가는 게 가이드 임무 아닌가. 그럴 거면 가이드가 왜 필요한가.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엉터리 정보에다 어눌한 말주변, 분명하게 말하지 못하고 얼버무리는 식으로 말하기, 그리고 자기 이야기 늘어놓기... 그저 괴로울 뿐이었다. 가이드야말로 대표적인 서비스 업종이다. 고객을 만족시켜 주는 게 임무다. 그런데 고객을 불편하게 하면서 그런 줄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누워서 침 뱉기인데 그걸 모르니 딱하다. 가이드가 여행을 지배한다. 다음에 가이드와 여행을 하게 된다면 스마트한 가이드를 만나고 싶다. 분명 그런 가이드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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