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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랑? 냐짱? 나짱?

이도 저도 아닌 '나짱'

by 김세중

냐짱은 베트남의 한 도시다. 베트남어로는 Nha Trang이라 한다. 이 도시를 언제부턴가 한국에서는 나트랑이라 불러왔다. 월남전에 참전한 1960년대부터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 50대 이상은 나트랑에 익숙할 것이다. 60대, 70대는 분명 그렇다. 그러다 1990년대 이후 베트남이 도이모이를 하면서 한국과는 수교도 하고 급격히 가까워졌다. 급기야 2004년 베트남어 표기법이 고시되었다. 베트남어를 제대로 표기해주자는 뜻에서였다. 그래서 사이공을 호찌민으로 나트랑을 냐짱으로 적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 내년이면 20년인데도 아직 호찌민, 냐짱은 확고히 정착되지 못했다. 호치민, 호찌민이 다 쓰이고 있고 냐짱, 나트랑이 공존한다. 그런데 이번에 냐짱에 가보고 놀랐다. 거기서 가이드로 활동하는 한국인은 당당하게 이라고 했다. 냐짱, 나트랑 말고 제3의 이 쓰이고 있었다.


나짱은 어디서 나왔을까. 냐짱은 베트남어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표기다. 나트랑은 베트남어 발음을 잘 모르던 시절에 Nha는 '나'로 Trang은 '트랑'으로 읽은 결과다. 그럼 나짱은? 이도 저도 아니다. 베트남어에 가깝게 하면 냐짱인데 '냐'를 발음하기 귀찮으니 '나'로 한 것이다. 베트남어에 가깝게 하되 살짝 한국식으로 변형했다. 발음하기 쉽게 말이다. 아닌게 아니라 '냐'는 두음법칙에 어긋난다. 한국어는 단어 첫머리에서 '냐', '녀', '뇨', '뉴', '니'가 나오지 않는다. 그게 두음법칙이다. 그런데 '냐짱'이라 하자니 거북해서 '나짱'으로 하고 마는 거다.


그런데 두음법칙이란 외래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순우리말이나 한자어에만 두음법칙이 적용된다. 뉴욕이라 하지 누욕이라 안 하지 않냐. 그런데 왜 냐짱이라 하지 않고 나짱이라 하나. 그러니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가이드의 발음 나짱은 찬성하기 어렵다. 이왕 베트남어에 가깝게 하자는 뜻이라면 냐짱이 바람직하다. 그게 2004년에 고시된 베트남어 표기법에 부합한다. 물론 나짱이라 하는 거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어차피 한국인은 베트남어 발음을 베트남사람들처럼 정확하게는 못한다. 그러니 적당한 선에서 발음하자는 것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뉴욕보다 누욕이 편하지만 뉴욕이라 하지 않나. 냐짱도 마찬가지다. 나짱이 편하지만 냐짱이라 못할 것도 아니다. '이 녀석', '저 녀석' 하다가 그냥 '녀석'이라고도 한다. 두음법칙은 대단히 엄격한 규칙이 아니다. 원래 느슨한 것이다. '나짱'이 아니라 '냐짱'이다.


항공권 광고에서 '나트랑'을 앞세운 뒤 '냐짱'이 아니라 '나짱'이라 하고 있다


c.jpg 인천공항에서는 '냐짱'을 앞세우고 괄호 안에 '나트랑'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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