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이었다
2주 전에 초등학교 동창인 친구에게 그동안 내가 쓴 원고를 건네주며 읽어봐달라고 했다. 그는 흔쾌히 봐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사흘 전 연락이 왔는데 다 읽었으니 월요일에 만나자는 것이었다. 오늘이 그 월요일이었다. 혜화동 로터리의 노포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은 뒤 근처 조용한 카페에 가서 보따리를 풀었다. 그가 쏟아낸 말은 기대 이상이었다. 감동이었다.
그는 체계상의 아쉬운 점을 지적했을 뿐 아니라 원고 곳곳에 있는 오류, 오타를 잡아냈다. 내가 미처 생각 못했던 것들이었다. 이걸 그냥 냈으면 어쩔 뻔했나 싶은 아찔한 것도 몇 있었다. 전체의 배치에 대해서도 좋은 의견을 제시해주었지만 디테일까지도 꼼꼼히 봐준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조언자가 또 어디 있을까. '법률'의 '문장'을 다룬 책인데 그는 법률 전문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문법 전문가도 아니었지만 일반인의 시각에서 의아하게 느껴지는 것은 다 집어냈다. 물론 그도 발견해내지 못한 오류가 더 들어 있을지 모르겠다. 왜 없겠나.
그는 오늘 내가 새로 들이민 주문에 대해서도 훌륭한 아이디어를 냈다. 책의 제목이 큰 숙제라면서 그간 생각해 둔 몇 개의 제목을 그에게 보였다. 그걸 보더니 모두 마땅치 않다는 듯 집에 돌아가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헤어진 지 얼마 안 돼 카톡으로 이건 어떠냐며 그 사이에 생각한 걸 내게 제시해 왔다. '대한민국 기본법, 이래도 되나요?'와 '정말 부끄럽다, 대한민국 기본법'이었다. 그중 앞엣것은 무릎을 칠 정도였다. 물론 아직 시간이 있으니 더 고민해 봐야겠지만...
내게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게 여간 큰 복이 아니다. 그는 초등 동창이지만 초등 땐 모르던 사이였다. 50대 들어서 동창 모임에서 만났다. 최근 안 사실이지만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서 살았다. 단지 그때 모르고 지냈을 뿐... 오늘 더욱 놀라운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는데 그가 서울로 중3 때 전학을 왔는데 바로 내가 다니던 학교로 왔다지 뭔가. 그러니까 중학교 동창이기도 했다! 앞으로 책이 성공을 거둔다면 가장 큰 공을 그에게 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