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진에 해임됐다?
신문은 본문 기사를 간명하고 깔끔하게 쓰는 걸 중시하지만 제목은 더욱 그렇다. 최대한 짧게 쓰려고 노력한다. 그러는 거 이해한다. 암, 그래야 한다. 그러나 짧게 하는 것도 문법을 어겨서까지 그래서는 안 된다. 지킬 것은 지키면서 군더더기를 빼고 짧게 해야 한다.
그런데 '샘 올트먼, 이사진에 해임됐다'라는 제목이 떴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 '이사진에 임명됐다', '이사진에 선임됐다'는 자연스럽지만 '이사진에 해임됐다'는 아니지 않나. '에'와 '에서'는 전혀 다른 조사다. 의미와 기능이 다르다. '에서'를 써야 하는데 '에'를 썼다. 대충 써도 뜻이 통한다고 봤을까. 참 못마땅하다. 이러고도 '신문은 선생님'이라 할 수 있나.
'이사진에서 해임됐다'라 해야 옳다. 한 글자라도 줄이고 싶다면 '이사진서 해임됐다'가 어떤가. '이사진에 해임됐다'는 아니다. 말에는 질서가 있다. 그것은 사회적 약속이다. 신문이 함부로 어겨도 되는 것이 아니다. 신중한 신문 제작을 바란다. 말을 소중히 여기면서 지면을 구성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