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디낡다'는 왜 사전에 없나
쓴 책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제작을 앞두고 표지를 어떻게 구성할까 머리를 짜내눈 중이다. 표지에 제목만 덩그러니 둘 수는 없어 보탤 말을 생각했다. 고심 끝에 '낡디낡은 법조문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말을 생각해 냈다. 그리고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낡디낡다'란 말이 올라 있는지 싶어서.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낡디낡다'는 국어사전에 없었다. '차디차다', '쓰디쓰다' 같은 말은 물론 올라 있었다. 왜 이런 말은 올라 있는데 '낡디낡다'는 없을까.
만일 책 표지에 '낡디낡은 법조문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문구를 집어넣으면 누군가 시비를 걸어올지도 모르겠다. '낡디낡다'는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인데 썼다고 말이다. 필자의 이번 책은 법조문의 말이 안 되는 문장, 국어에 없는 말을 고발하는 책이다. 그런 책에 자신은 국어사전에 없는 말을 썼으니 말이 되느냐고 누군가 목소리를 높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을 탓하기 전에 제 허물부터 보라는 말을 누가 안 하겠나.
이런 걱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낡디낡은 법조문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말을 표지에 담을 생각이다. 어디 국어사전이 완벽한가. 얼마나 오류가 많은가. 국어사전에 구애받지 않으련다. 국어사전이 사람들의 말을 반영해야지 사람이 국어사전에 얽매여 말을 해서야 되겠는가.
이 나라의 민법, 상법, 형법, 형사소송법 등 기본법의 문장은 낡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지난 70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해 세계에 우뚝 섰지만 대한민국 기본법의 언어는 1950년대 그대로이다. 이런 낡은 법을 오늘날에 맞게 고치자는 법학자, 법조인은 드물다. 오히려 쉬쉬 하고 덮고 감추는 게 보통이다.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 낡은 기본법의 문장은 바로잡아야 한다. 말이 안 되는 문장, 듣도 보도 못한 단어가 법조문에 수두룩해서야 말이 아니다.
다음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X디X다'인 형용사 27개다. '낡디낡다'는 여기에 없다. 사전에 없으면 말하면 안 되나?
검디-검다「형용사」 더할 나위 없이 검다.
곱디-곱다「형용사」 매우 곱다.
길디-길다「형용사」 매우 길다.
깊디-깊다「형용사」 아주 깊다.
낡디-낡다「형용사」
넓디-넓다「형용사」 더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넓다.
높디-높다「형용사」 더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다디-달다「형용사」 「1」 매우 달다.
달디-달다「형용사」 → 다디달다.
되디-되다「형용사」 물기가 적어 몹시 되다.
떫디-떫다「형용사」 매우 떫다.
맵디-맵다「형용사」 매우 맵다.
묽디-묽다「형용사」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묽다.
밉디-밉다「형용사」 몹시 밉다.
붉디-붉다「형용사」 더할 나위 없이 붉다.
시디-시다「형용사」 맛이 몹시 시다.
쓰디-쓰다「형용사」 「1」 몹시 쓰다.
얇디-얇다「형용사」 몹시 얇다.
얕디-얕다「형용사」 아주 얕다.
옅디-옅다「형용사」 매우 옅다.
자디-잘다「형용사」 「1」 아주 가늘고 작다.
작디-작다「형용사」 사물의 크기나 범위, 정도 따위가 보통보다 매우 작다.
좁디-좁다「형용사」 더할 나위 없이 좁다.
짙디-짙다「형용사」 매우 짙다.
짜디-짜다「형용사」 「1」 매우 짜다.
짧디-짧다「형용사」 매우 짧다.
차디-차다「형용사」 매우 차다.
크디-크다「형용사」 사물의 크기나 범위, 정도 따위가 보통 정도를 훨씬 넘다.
희디-희다「형용사」 더할 나위 없이 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