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국어학자가 들려준 말씀
어제는 학술원 회원이기도 한 저명한 원로 국어학자를 뵙고 필자가 새로 낼 책에 대해 격려 말씀을 들었다. 그분은 위와 같이 책에 대해 추천의 말을 써주셨다. 대화를 나누면서 의미심장한 말씀을 많이 들었다. 찾아뵙기를 참 잘했다 싶었다.
책의 주된 내용은 민법, 상법, 형사소송법 등 이 나라의 가장 기본적인 법률에 들어 있는 숱한 비문법적인 문장을 고발한 것인데 그분은 문법이란 말을 쓰는 것을 극구 꺼리셨다. 도대체 사람들이 문법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문법 하면 그저 수능 시험의 킬러문항이나 떠올린다는 것이었다. 문법은 고리타분하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그렇다. 문법 하면 나하고 상관없는 것, 그저 국어학자들이나 다루고 연구하는 것쯤으로 아는 게 보통인 듯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문법은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 있다. 그리고 말을 할 때 그 문법을 사용한다. 우리는 문법이라는 공동의 도구를 이용해서 의사소통을 한다. 말을 할 때 문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문법은 먼 데 있는 게 아니고 늘 가까이 있고 항상 사용하는 것이다. 다른 법과 마찬가지로 문법도 늘 지켜야 한다.
그럼에도 이 나라 민법, 상법, 형법, 형사소송법 등의 법조문에는 문법을 지키지 않은 문장이 부지기수다. 문법을 지키지 않은 문장은 쉽사리 잘 이해되지 않는다. 무슨 뜻인지 분명하지 않다. 한참 머리를 싸매고 무슨 뜻일까 궁리해야 한다. 왜 문법을 어겨서 읽는 이를 힘들게 하나. 법조문이 문법에 어긋난다는 것은 도무지 상상도 못할 일인데 이런 사례가 수도 없이 많은 게 우리 현실이다.
법조인들은 이런 실상에 대해 무심하고 국어학자들은 아예 관심이 없다. 법을 공부하는 학도들만 힘들다. 나홀로 소송을 하는 국민들도 법조문을 읽고 더 읽을 맘을 내지 못한다.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 새로 낼 책은 낙후한 우리 법조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경종을 울리려 한다.